봄이 되면 열리는, 해마다 아름다운 실내악을 들을 수 있는 축복어린 음악제,
SSF 서울 스프링 페스티벌이 올해로 열 번 째이다.
해마다 주제를 선정해서 꾸며진 음악들이 국내외 실력 있는 연주자들의 공연으로
공연장뿐만이 아니라 고궁, 박물관, 전시회 장 같은 다양한 곳에서도 적극적으로 청중을 만나길 10년.
이제는 마니아층도 견고하게 생겼다. 그동안 페스티벌에 참가한 외국 연주가들 중에는
먼저 일정을 확인하고 스케줄을 비워 놓겠다는 SSF 애정파도 많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우리나라에도 좋은 실내악 음악제 하나 정도는 있어야 겠다’고 생각해서
시작 했다는 SSF 음악감독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있다.
‘현의 귀공자’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강동석은 국제무대에서 인정받는 바이올리니스트라는 경력도 멋지지만 부드럽게 앞머리를 내려
이마를 덮은 헤어스타일에 미소 짓고 있는 모습은 지적이며 동시에 천진한 소년같았다.
말하자면 세계 3대 바이올린 콩쿠르를 석권하고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화려한 경력과 더불어
귀공자 같은 외모와 천진한 미소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대중적 인기까지 확보한,
요즘으로 하면 아이돌 스타 음악가였다. 커피를 잘 못 마신다는 본인의 말과는 어울리지 않게,
최고의 이미지 좋은 스타들만 찍는다는 커피 광고 모델로도 등장해 부드러운 미소를 화면 가득히
보여주었던 기억도 떠오른다.
실내악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환경에서 서울을 대표하는 음악제로 자리 잡기까지 어려움도 많았고 여전히 많지만, 대중들의 귀가 좀 더 실내악에 열리기를 바라는
변함없는 마음으로 해마다 SSF, 서울 스프링 페스티벌을 준비한다는 음악가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 어느 덧 10년이 됐습니다. 올해는 ‘10-ten'이라는 주제로
4월 27일부터 5월 9일까지 지난 10년 동안 연주 했던 곡들을 주제별로 다시 한번 들을 수 있도록 준비 했습니다.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주제가 없는 것이 더 편하지만 저희 페스티벌은 음악 애호가들만을 위한 축제가 아니라 클래식 음악을 처음 듣는 분들도 충분히 즐기실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목을 붙여 공연에 선명한 인상을 부여 하려고 합니다.
실내악의 맛을 제대로 느낄 뿐만 아이라 잘 소화 할 수
있도록 잘게 썰어 요리하는 요리사의 마음이라고 할까요?
지휘자나 협연자가 이끌어가는 음악들과는 달리, 실내악은 소수의 연주자들이 함께 창조하는
가장 평등한 형태의 연주죠. 가장 큰 미덕은 음악적 우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외롭게 혼자 연습하던 연주자들이 실내악으로 교류 할 수 있지요.
서로 개성을 살리면서도 양보해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 가죠. 팀 스포츠랑 비슷해요.
팀워크가 중요하죠. 인간관계를 만들고 인생을 배우는 음악입니다.
음악이 삶의 일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9년 동안 축제에서 500여 곡을 연주 했는데 모두 직접 선곡하고 모르는 곡들은 일일이
다 들어 봤습니다. 사실 이렇게 준비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의 차이가 그리 크다고 할 수는 없죠.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만 그 차이가 참 소중하고 의미 있습니다.
공연을 함께한 외국 유명 연주자들이 음악적으로 만족 했다고 했을 때 기분이 좋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핀커스 주커만은 다른 나라에도 이런 축제가 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 10대 시절부터 국제 콩쿠르 나가고 외국 오케스트라와 협연 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외국에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죠. 혼자 있는 시간이 싫어 호텔방에서 TV 틀어놓고 연습했어요.
사람 소리가 들리면 좀 덜 서글프죠. 어릴 때는 김일 선수 레슬링 중계방송을 좋아했어요.
저는 마이크에만 대고 녹음하는 음반작업을 좋아하지 않아요. 무대에서 관객들하고 호흡하고
소통하는 게 즐거워요.
그는 지금도 외국 연주를 하는 경우 호텔방에 있기 싫어서 파리의 집에 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현재 파리에는 역시 음악을 하는 프랑스인 아내(Martine Kang)와 딸이 있고 서울에는 아들이 산다.
두 집을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을 한다.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타지에서 느꼈던 감정적 경험이 예민하고 섬세한 그의 성품과 만나
그의 음악적 색깔을 선명하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의 연주를 사랑하는 많은 음악 애호가들은
그의 연주가 깊은 슬픔에 도달해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감정적인 동화를 불러일으킨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한 참 때의 그의 연주에 대해 관능적이고 섹시하단 평이 꽤 눈에 띤다.
한국의 클래식 음악 연주자가 쉽게 들을 수 없는 평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의 신동’ 소리를 듣고 일찌감치 세계적인 연주자 반열에 올라
화려하게 독주 연주자로서의 생활도 했고 영국과 프랑스서 발간한 유명 음악사전에도
이미 이름이 올랐다
- 신동은요 무슨, 모차르트 정도는 돼야지요. 어린 사람들이 재능을 보이면 신동이라고 쉽게 말하는데,
중요한 것은 10년 20년 이후에도 예술가로서 자기 음악을 하는 게 중요하죠.
신동이라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어렸을 때부터 개인기를 익혀야 합니다.
음악적 에너지를 잘 관리해서 신선하고 열정적인 연주를 오래오래 해야죠.
2003년부터 그는 연세대에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 아이들을 가르쳐보니 연주와는 정말 다른 분야입니다.
연주를 잘 한다고 잘 가르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학생을 가르친다는 것은 더 큰 책임감도 따릅니다.
정말 중요해요. 쉬운 일이 아니죠. 가르치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하고 생각도 더 하게 됩니다.
제자들이 음악적으로 발전 하는 걸 보게 되는 것만큼 기쁘고 즐거운 일도 없습니다.
요즘 제자들 중에 차세대를 이끌어 갈 만큼 기대를 갖게 하는 친구들이 몇 있습니다.
그의 아내는 프랑스여인이다. 같은 음악인이고 그의 열렬한 팬이자 한국인 아내처럼 내조한다
- 아내도 파리 근교 음악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5년 연애 후 결혼 했는데
한국인 남편을 위해 고추장도 식탁에 올리고 된장찌개도 끓입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외국을 오가며 연주 활동을 하는 저를 잘 이해합니다.
저는 술을 못하지만 아내는 아주 좋아해서 저 대신 스태프들과 술도 마시면서 챙기기도 합니다.
스텝들이 아내와 동행하면 더 편안해 하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좀 까다롭기는 한 모양입니다.-
그녀는 아직도 그의 연주를 들으면 마음이 떨린단다. 한국에 와서 스테프들과 회를 즐기며
이 맛있는 음식을 ‘동석’ 때문에 그동안 못 먹었다며 투정 아닌 투정을 하기도 했단다.
강동석은 소문난 미식가이지만 회도, 술도, 커피도 안 먹는다고.
-그의 음악에 대한 소망
실내악 축제를 10년 지속한 것은 우리 문화계의 자랑 이라고 할 수 있죠.
최근에 재정지원이 현저히 줄어 안타깝습니다.
연주자들에 대한 보수뿐만이 아니라 운영자체가 힘든 수준이 됐습니다.
안정적으로 기획하고 유지 할 수 있도록 재정지원이 확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음악을 사랑하는 연주자들, 관계자들이 자원봉사 수준의 보수를 받으면서도 유지해 온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실내악 무대에 함께 오르는 연주자들 중 유명하다고 특별히 보수를 더 준다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문화에 관심 있는 분들의 재정적 지원으로 우리 페스티벌을 통해 실내악 음악을 즐기는 저변이
확대되길 바랍니다. 궁극적으론 음악이 생활의 일부가 되는데 기여하는 거죠.
그의 왼쪽 목에는 까만 동그라미 점같은 멍이 있다.
그가 바이올리니스트라는 선명한 증표다.
농담처럼 멍의 색깔이 옅어지면 연습을 너무 게을리 했구나 하고 생각 한단다.
한 번은 파리 지하철 통로에서 바이올린을 연주 하던 거리의 연주자가
그의 목의 흔적을 보고 양손의 엄지를 세우며 연주자로서의 동질감을 반갑게 표했다고도 한다.
긴 호흡으로 개인의 음악적 세계를 넘어 끊임없이 음악가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하고자
노력 하는 분, 그의 음악적 열정이 지속 될 수 있는 환경이 계속 되길 바란다.
그의 바램처럼 아름다운 도시 서울에서 계속적으로 세계의 음악가들의 음악적 교류가
이뤄지고 많은 관객들이 그 음악을 부담 없이 어렵지 않게 향유해서 우리의 삶이
좀 더 여유로워지고 풍부하며 다양한 감정들도 채워졌으면 하는 바램이기도 하다.
'- 그의 Art수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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