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설속의 불새가 십년만에 한번씩 나타난다는 남해의 어느 섬으로 사진촬영을 떠났다.
불새를 찍기 위해 섬에 몰래 잠복해 있던 나는 망원렌즈에 비친 멀리서부터 걸어온 한 여인을 만났다.
아무도 없는 ...푸른 빛... 바다... 모래밭,...우리는 밤 새 춤을 추었고 불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 여인과...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여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개기월식과 함께 나타났다가 조용히 사라져 버린다는 불새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 유홍종의 '불새'중에서
내가 유홍종선생의 '불새'를 읽고 영향을 받은건 아주 오래전 일이다.
'불새'는 한마디로 영상소설이라고 볼 수 있다.
몇 줄 읽고, 눈 앞에 떠오르는 영상을 그리며 눈을 감고 오래 앉아 있고...
또 몇 줄 읽고, 눈 앞에 그려지는 영상을 떠올리며 책을 덮고 앉았다가,... 다시 읽고... ...
그..랬..었..다...
나는 이 단편을 읽고 줄곧 주인공의 '페르소나'(persona)에 스스로 빠져들었다.
'불 새' 줄거리는 주인공, '그'는 전설속의 불새가 십년만에 한번씩 나타난다는 남해의 어느 섬으로 사진촬영을 떠난다.
불새를 찍기 위해 섬에 몰래 잠복해 있던 '그'는 망원렌즈에 비친 멀리서부터 걸어온 한 여인을 만난다.
아무도 없는 ...불볕 더위의... 뜨겁게 달궈진 모래밭,...
그중 바위 한개가 유일한 그늘에서 텐트를 치고 그들은 불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는...그 여인과...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 여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개기월식과 함께 나타났다가 조용히 사라져 버린다는 불새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다.
.........................
그 여인은 ... '불 새' 였다.
1981년에 '태멘'에서 발간한 영상소설 '불새'
영역판도 있다.
내가 이책을 본 것은 1980년대였다.
정확히 책은 두 개의 버전이 있다. 하나는 원작소설 그대로 '유홍종의 불새'이고
또 한 권은 1981년에 '태멘'에서 발간한 영상소설 '불새'이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1980년 12월 15일 초판 간행이고 표지 디자인을 바꾼 재판은 1981년 9월 30일 간행이다.
당시 그림책도 아니고 사진이라는 카메라를 통하여 포착된 영상이 한 편의 시로 육화되어 비닐커버로 봉인된체
서점에 나온 것이다.
당시 동아일보 기자출신의 유홍종의 단편소설 '불새'를 원작으로 하재영과 윤영실을 작중 모델로 하고 김정률이 각색,
이남수, 배병휴, 김중만, 이병훈, 구기호, 김영수 등 지금은 이름만 대도 쟁쟁한 내노라하는 포토그래퍼들이 사진을 찍었다.
나는 당시 미술대학을 갓 졸업하고 모 무역회사 기획조정실에서 사진홍보와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남수는 당시 '뿌리깊은 나무'라는 잡지회사에 근무를 하는 나의 대학동기동창이었고
지금은 소나무 사진 한 장에 유럽에서도 값을 정하기가 어렵다는 배병휴도 나의 대학 후배였다.
김중만은 잘 아는 아프리카에서 봉사한 소아과 의사를 두고 불란서 국적을 가진 좋은 집안의 자제로 배우 오수미의
전남편으로 광고 사진에 있어서는 인물사진은 최고라는 평을 받고있는 실력자이며 나머지 사람들도 주명덕 스튜디오를 출입하면서 만나는 사이들이었다.
그런데 이 영상소설 '불새'를 보고 나는 실망을 했다.
원작 유홍종의 '불새'를 읽으며 머릿속으로 상상을 하면서 그 남해바다의 풍광과 젊고 자유분방해 보이는 포토그래퍼와 신비스런 여인과 그들의 정사와 그들이 정사할때 펄럭이던 불새의 날개깃 터는 소리... 등을 아름답게 그려보곤 했는데 막상 책속에 담긴 사진들은 고래사냥이라는 영화로 얼굴이 알려진 하재영과 탑모델겸 배우인 윤영실의 때묻은 얼굴로 예술성이 배제된 어설푼 상업사진들이 나열돼 있었다.
물론 내가 했어도 그보다 더 나았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렌즈를 통한 영상의 표현이란 결코 쉽지않고 그 사람만의 독특한 작업 뉴앙스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 촬영에 동참한 인물들을 보자. 쟁쟁한 사진가들이 6명이나 들어있고 모델로는 이미 잘 알려진 그 시절의 탑 모델들이 맡았다. 여기서 어찌 신선한 감각과 이야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사진, 조각, 회화, 그래픽, ... 모든 비쥬얼들은 아무리 시대가 바뀌고 트랜드가 변한다해도 작가의 영혼이 깃들어있어야 한다. 영상소설 '유홍종의 불새'는 한몫을 노린 어설픈 상업성 사진소설집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원작 '유홍종의 불새'를 가지고 있다.
- Chris Nico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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