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autumn, esprit - 조각(彫刻 / sculpture)에 대하여

Chris Yoon 2021. 11. 11. 07:24

 

날이 밝는다
날아가는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동이 트기전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한다
창작(創作/creative work)...
그것은 실로 매력있는 작업이다
사내라면 모름지기 한번 매달려 볼만한 작업.
나는 이가을이 가기전에
다시한번 작가들의 작품을 섭렵하려 한다
왜 그들이 그토록
혼심을 다하여 그 작업에 매달렸는지를

 

 

오랜 태고적부터 인간들은 환경을 개척했다
그중 하나가 예술이라는 쟝르였다
바위벽에 날카로운 돌끝으로 그림을 그리고
돌가루를 갈아 채색을 입히고
먹고난 동물의 뼈를 쌓아올려 탑을 만들었다
그것이 오늘날, 환경조각의 시초이다

 

 

날이 밝으면,
새들의 날개 깃 터는 소리가 들리면,
그들은 사냥을 나갔다.
잘 훈련된 새와
개와
말을타고.

그들은 사냥에서 돌아오면
용맹을 기념하고
삶을 기록하기 위하여
자연에 그림을 그리고
더 나아가 조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자연과 환경조각은 뗄라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자연속에 오래전 부터 존재해온듯한 편안함...
그것이 진정한 예술이요, 환경조각이다

 

 

인간들은 자연속에
환경조각을 설치해놓고
자신을 위로받으며 즐기기 시작했다
배가 부르면 가무유희를 했고
또 한편의 지식인들은 미술품을 감상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가난하면서도 그 자체의 행위가 좋아
평생을 그짓만 해온 사람도 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예술가라 부른다

 

 

그 후,
세상에는 여러 직종이 생겨났고,
사람이 사람을 위해서 일하는
직업도 생겨났다
악사(樂士),
무희,
삐에로,...
모두 윗사람에게 자신의 기(技)와 재능을 헌정하는
직업의 소유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배가 고파서 그 일을 했다기보다
타고난 감성을 어쩔 수 없어
그 길을 걷게된 사람들이다

 

 

그들은
귀족사회를 힐책하며
권위주의를 배척한 사람들이다
맞서 싸우지 않고
그들 나름대로 세상을 비웃고 풍자했다

윗 세 남자들의 바지속을 보라
사내들의 제각기 다른 속마음을 꼬집고 있다
한 사내는 옆으로 모셨고
한 사내는 가운데로 모시고
또 한 사새는 위로 모셨다

저토록 섬세하고 기상천외한 발상
예술가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자화상(自畵像)...
作品名이 자화상이다
나는 아침마다 이곳을 지나며 진화한다
벽에 목탄(木炭)으로 자연스럽게 스케취를 한듯
부담없고 가벼운 線.
그러나 완벽한 구도다
어느 한 쪽 기울지않고 완벽한 구조다
그속에 내가 들어가려면 약간의 망서림이 필요하다
내가 들어섬으로 인해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어디에나 들어설 곳은 있는 법,
나는 그속으로 들어가 선다
자! 이제 완벽하다
세상사는 이치가 다 그런것 아닌가!

 

 

때로는 안 보이던 것,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는 날이 있다
무심코 지나치던 형상이
에로틱하게 다가온다

creative한 감정의 절정이라는 것
바로 오늘같은 날이 아닐까?

 

내가 왜 그런 착시(錯視)에 빠져 들었는지...
그건 인간의 본연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낙원에 가면 이런 모양들을 볼 수 있을까?
어찌보면 자칫 문란해 보이기도 하지만
가장 순수한 인간들의 관계이다
여럿이 함께 하며 공유하는 것
그것이 낙원이니까

 

사람들은 가장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것을
도외시하는척 숨어서 즐긴다
일종의 관음증이다
왜 떳떳하지 못하는가?
숨어서는 어둠을 틈타 외설을 탐하면서
겉으로는 거들먹거리며 군자처럼 행동을 한다
그러지 않기를.
좀 더 솔직해지기를.

 

 

오래전 부터 불륜을 떠안고 도망가는
남녀의 조각상을 좋아하고 있다
이 조각상만 보면
인간본연의 욕구에 못이겨
자식도, 본처도, 서방도 모두 버리고
새벽에 야반도주하는 불륜의 남녀같다
그들은 매일 도주하며
아직도 안식처를 못 찾은듯...

오늘은 하늘에서 빛이 쏟아진다
신이여,
이제는 이들에게도 빛을 내리소서
이제는 이들의 죄를 사하여주소서
이들도 이제 용서받았으면 좋겠다

나,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도 환장할 여자 하나 생기면
저토록 미련없이 떠날 자신 있는가?고...

 

 

뭐니 뭐니 해도
으뜸은 순결한 사랑이다
서로 신뢰하고 의지하고 온유하는것...
내마음속에도 때로는 악마가 손짓하다가도
천사의 음성을 듣고 기겁을 하여 돌아간다
작품명 .
나의 스승, 金燦植님의 작품이다
푸른 가을하늘 아래 붙어 서있는 남녀의 모습이
어찌 저리도 다정할까
진정한 사랑의 본모습은 저런 것이 아닐까?...

 

 

으뜸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으뜸'과 '최고'는 다른뜻을 가지고있다
'으뜸'은 가장 좋다는 말로 자신이 이룬것이고
'최고'는 가장 높다는 말로 남을 밟고 올라선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우리는 어렸을적부터 으뜸이 되기보다 최고가 되기를 배웠다
으뜸이 되겠는가? 최고가 되겠는가?

세자르의 조각은 항상 그로테스크해서 싫다
포항에 있는 바닷속에 빠져있는 손도 싫고
저 엄지 손가락도 싫다
잘려진 엄지 손가락, 최고... 얼마나 흉물스러운가
가만이 손가락을 세워 흉내를 내본다
다섯손가락이 받쳐주니 한결 보기좋다
이토록 모든건 조화를 이루어야 아름다운 것이다

 

 

또 하나의 자화상이있다
항상 발이 시려웠었다
가난한 시절이라 더 발이 시려웠었나보다
발이 보기흉해지면 사람도 늙는다
발...
가을 햇빛을 쪼이고 있다

 

 

'대화'...
작품명도 아주 딱 맞는 이름이다
저토록 머리를 맞대고
하루종일 숲속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면
얼마나 좋을까
더구나 마로니에 나무 아래서

노란 가을 햇살이 길게 나무 사이로 들어와
두 사람의 목이며 어깨를 쓰다듬는다
가을이다

 

두 사람의 뒷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앞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다가
그대로 내 길을 갔었다
오늘은 가만가만 두 사람의 뒤로 다가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
"가을이 깊어 졌지요?"
한 사람이 말한다
"음, 한로가 지났으니까.
간밤엔 찬 이슬이 많이 내렸네
곧 마로니에 잎도 떨어지겠군..."
또 한 사람이 대답한다

 

가을이 깊어간다

 

- 사진 / 글 Chris Nicol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