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내 5
그 사내,
오늘도 기억되지 않을 평범한 하루를 살면서
사진을 찍으며 다닌다
한번 지나가 버리고나면 기억할 수 없는 나날들
그러나 그 사내,
왜 그토록 외롭고 쓸쓸해 하면서 사진을 찍었을까
그 사내,
늘 언제나 혼자 서 있다
니콘 카메라 두 대를 가지고 다니며
평범한 일상속에서 사진을 찍는다
그 사내,
언제나 파인더에 눈을 대고 사물을 응시한다
그 사내 6
그 사내
늘 자신을 찍는다
빈 공간에 자동셧터를 걸어놓고
그속으로 들어간다
그 사내
빈 공간에 떠오르는 자신의 누드를
성(聖/性)스럽게 여긴다
자신의 엉덩이
자신의 허벅지
자신의 치부
그 사내는 찍히는 자신의 누드가 정지된 것보다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빈 공간으로 뛰어들며 찍히는 찰라
움직이는 엉덩이와 탄력있는 허벅지를 좋아한다
그 사내
늘 과거속으로 떠나는 자신을 붙잡아 두고 싶어한다
그 사내 그래서 자신의 누드를 찍는다
그 사내 7
그 사내,
잠결에 적셔놓은 티 셔츠에
끈끈하게 남아있는 정액을 휴지로 닦아낸다
세탁기를 가동시켜 쨍한 햇빛에
속옷을 하얗게 널어 말리며
흐르는 물줄기로 오래 오래 샤워를 한다
그 사내, 아직 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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