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허 유
마음 춥고 사랑 가난한데
하필 겨울비 내린다.
선방(禪房)너머 보이는 건너세상
잡다한 인생의 관계들
이부자리 개듯 다독거려 정돈할 양으로
이 겨울비
한벌의 젖은 무거운 승복(僧服)처럼 내린다.
내 이제
그리운 마음 하나하고도 별거하고
잡아줄 따뜻한 손길마저
저 늙은 보리수 나뭇가지의 거칠음 같거늘
또 내세(來世)의 우물을
현세의 두레박으로 퍼 올리는
이 한정 없는 부질없음으로
절망하는데
아프게 아프게
하필 겨울비 내린다.
몇일전부터 온몸이 뻐근하고 찌뿌둥하더니 겨울비가 내린다
어제 산책길에 잔설을 밟았는데...
이 비 내리고나면 그 잔설도 다 녹아 없어지리라
날이 풀린듯하여 촬영을 떠나기로 작정했었는데
오늘 이도 저도 다 틀린샘.
이런날 스님들은 무얼할까?
사진/ 충남 계룡산에 위치한 동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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