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이야기

부처님 오신날에 II / 봉은사(奉恩寺)

Chris Yoon 2021. 11. 4. 06:23

 

 

서울 강남 한복판카페와 술집과 호텔,

공항터미널이 밀집된고층건물 숲.

부처님이 서 계신다

모든 중생들을 내려다 보듯

마천루 숲을 응시하신다

.....

그러나 눈동자가 없다

오스카와일드의 행복한 왕자처럼.





봉은사(奉恩寺)는 794년(원성왕 10)에 건축된 사찰이다.
이 절은 794년(원성왕 10)에 연회국사(緣會國師)가 창건하여 견성사(見性寺)라 하였고

그 뒤 고려시대의 사적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1498년(연산군 4)에 정현왕후(貞顯王后)가 성종의 능인 선릉(宣陵)을 위하여

능의 동편에 있던 이 절을 크게 중창하고, 절 이름을 봉은사라고 개칭하였다.

현재의 주소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이지만 서울이 강남붐을 일으키던 70년대에는

이 절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그 당시엔 광나루 뚝섬에서 나뭇짐을 싣고 한강을 건너던 나룻배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아주 어릴적, 사진을 찍는 어른들을 따라 이곳에 올때는 진흙이 발목까지 빠지는 길도 없는 한강 옆,

수도산(修道山)자락이었다
주로 경작지에 배추를 심고 뽕나무밭이 펼쳐진 한강 이남의 쓸모없던 땅.
그때엔 한강도 이렇게 넓지를 않고 하얀 모래사장이 펼쳐진, 그 모래사장을 한참 걸어야 물가에 도착을 했었다.
그런데 강남 아파트붐이 불면서 한강 모래를 채취하여 쓰는 바람에 모래는 바닥이 났고

강 군데군데에 있던 작은 섬들도 사라져 버려 이름도 잊혀졌다.
능수버들이 서있던 나룻터도...
이런말을 하면 내가 퍽이나 오래 산 노인처럼 들리겠지만 그 세월이 불과 40년 안팍일이다


지금은 바로 사찰 문앞에 봉은사(奉恩寺)驛으로 명칭, 전철역이 생겨났을 정도로 도심속에 자리잡고 있다.
태어난 곳이 서울 강북이었던 나는 이곳 강남으로 건너와 자리를 잡고

꿈같은 아파트 문화를 누리며 그곳에서 살림을 차리고 아이를 낳아 길렀다.
연일 불도저가 흙을 밀어내며 터를 닦아 강남을 만드는 것을 지켜 보았고

코엑스와 종합운동장이 만들어지며 88올림픽을 치루었다
그리고 봉은사의 부처님이 바라보시는 마천루, 삼성동의 빌딩숲에서 회사를 다니며

테헤란로와 대치동으로 넘어가는 8차선 도로를 걸으며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사먹고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서 사무실로 돌아와 감각적인 일,
그때만해도 생소한 아트 디랙터라는 일을 했다.


아!, 강남.
그렇게 꿈같은 세월이 지났다


* 나는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봉은사 뒷산 축대를 쌓아올린 곳까지 올라가
축대위에 심은 작은 싸리나무 숲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발을 붙이고 서서 촬영을 했다
부처님이고 사람이고 세상의 모든것들은 뒷 모습이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있고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글 / 사진 :: Chris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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