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너무나 가벼워서
날아가지 않게 하려고
돌로 눌러 두었다
그의 귀가 밝아서
들억새 서걱이는 소리까지
뼈에 사무칠 것이므로
편안한 잠이 들도록
돌이불을 덮어 주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그대 기다리며
나, 천 년을 견딜 수 있겠는가
詩 :: 염창권의 '고인돌'
산은 위험하다. 그러나 수많은 정복자들이 산을 향해 떠나고 또 산을 오른다
그러다가 산에서 죽어 산이 되고 그 시체는 아직도 눈속에 묻혀
냉동상태로 누워 잠들어있기도 하다.
경식이형 이야기를 해야겠다
그 해가 몇 년도 였던가?
이제 하도 오래되어 내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1970년이었을게다
흰눈위에 텐트를 치고 경식이형은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밤이되어 돌풍이 불면서 눈사태가 일어나고 경식이형의 텐트를 덮쳤다
형을 구조했을때 형은 평소처럼 옆으로 누워 잠들어있었고 매우 평온한 얼굴이었다
형의 머리맡에는 마시다만 술병과 카메라가 있었다
카메라는 형의 유해와 함께 돌아와 그 속에 있던 필름은 모두 사진으로 인화되어
신문회관에서 유작전이 열렸다
나는 그 팸플렛을 성년이 되도록 가지고 다니다가
학교를 다니며 몇 번 짐을싸서 집을 옮기고 군대를 다녀와 보니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자라나는 청소년은 누군가의 영향을 받고, 그와 같은 길을 걷게된다.
사진 찍는것을 좋아했던 경식이형은 알피니스트(Alpinist)였다.
그가 알프스 원정을 나갔다가 조난을 당해 불귀의 객이되고난후 나는 슬픔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후, 나는 그가 못 이룬 꿈을 대신 이루듯 서울예고를 거쳐 홍익대 미술대학을 지원했고 그가 원했던 미술학도가 되었다.
그리고 틈틈이 사진을 배워 공군 사진병으로 군생활을 마치고 그의 청년시절처럼 카메라를 메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높고 험한 산을 오르내리며 차츰 경식이형을 잊어버리기로했다.
그렇게 산을 찾던 어느해, 히말라야엘 갔다가 눈계곡으로 나는 실종되고 말았다.
눈속에 묻혀 몽롱한 의식속에 죽어가면서 사람들의 수런거리는 소리를 희미하게 들었다.
포터들에게 구조된 나는 장장 일곱시간동안 허리수술을 받고 1년만에 다시 발걸음을 떼놓게 되었다.
경식이 형은 Alpinist가 되어 세상을 버렸지만 나는 세상을 버릴 수가 없어 살고있다.
그러나 이젠 높은 산을 오르지 못한다.
다만 우리가 한때 Alpinist였다는 사실이 먼 옛이야기처럼 떠오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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