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
저렇게 밀려오는 구름이 두렵다
한때, 저토록 두렵게 밀려오던 젊은날의 시련들이 있었다
아직도 그 악몽을 떨쳐내지 못하고 가위에 시달린다
그러나 의연히 버티어 내야지...
오늘도 雪山에서 보낸 구름속의 하루.
이제 바람이 잦았는가
아니,... 아직도 눈(雪) 실은 구름은 머리 위에서 맴을 도네
이제 더 이상 길을 잃고 갈 수도 없는 일
어느 바위틈에 숨어 눈보라를 피하며
나, 쉬었다 가리...
북한산을 올랐는데 구름이 봉우리로 넘어가고
눈보라가 치느라 앞이 보이질 않습니다.
하는 수 없이 움푹 패인 바위 아래 앉아
잠시 구름이 넘어가길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나무들이 바람을 맞으며 우는 소리가 적막합니다.
- Chris Nicolas -
준비없이 산엘 올랐다가 눈보라를 만났다
꼼짝없이 죽는줄 알았는데 용케도 등산객을 만나 아이젠 한짝을 얻어차고 내려왔다
겨울산행은 조심해야한다. 자칫 방심하면 사고로 이어진다
눈은 내려쌓이고 안개와 구름이 시야를 가려 앞이 보이질 않는다
이런날은 어디 바위밑으로 기어들어가 눈이 그칠때까지 손발을 비비며 몸이 얼지않게 해야한다
잠들면 깨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동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아랫 글은 소설가 金聖東씨가 詩의 형태를 빌어 쓴 글이다
소설가가 쓴 詩. 그래서인지 다듬어지지않은 문체가 본능적 詩心으로 번득인다
눈 오는 산 정상에서 이렇게 절박한 글을 떠올리다니...
Chris Nicplas
천지를 삼킬 듯 눈은 내리고
개울물은 꽝꽝 얼어붙었다
배는 고프고 목은 타는데
눈보라는 또 휘몰아친다
나는 왜 또 이 산 속으로 왔나
물통은 또 어디 있나
도끼로 짱짱 얼음장 깨면
퍼들껑 멧새 한 마리
천지를 삼킬 듯 눈은 내리는데
나한테는 般若가 없다
없는 般若가 올 리 없으니
번뇌를 나눌 동무도 없다
산 속으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라고
평안도 詩人은 말했지만 내겐 버릴 세상도 없다
한번도 정식으로 살아보지 못한 세상이 그립다
사람들이 보고 싶다
배고픈 것보다 무서운 건 외로움이고
외로움보다 더 무서운 건 그리움이다
눈이 내린다
염불(念佛)처럼 서러워서 나는 또 하늘을 본다
金聖東
1947년 충남 보령에서 출생하였고, 서라벌고등학교를 중퇴 후 입산하였다.
1975년《주간종교》의 종교소설 현상모집에 《목탁조》가 당선되었는데, 이 작품으로 인해 승적이 박탈되었다.
1979년《만다라》가 《한국문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피안의 새》,《오막살이 집 한 채》,《집》 ,《길》 등이 있다. 자신의 종교적 경험을 토대로 종교적인 인간의 본질문제를 주로 다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