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폭설 쏟아지고, 나는
홀로 겨울산에 오른 것을 후회하지만
한천(寒天)의 거친 숨소리는
뼈와 혈관 속에 파고들어 육신을 몰아친다
무엇 때문에 나는 첩첩 암벽 기어올라 왔던가
발은 나아갈 곳 잃어
광폭한 추위의 창살에 갇혀 버둥거린다
살아 있는 자에게 고립이란 얼마나 두려운 것인가
저 아래 까마득한 설경(雪景),
뒷걸음질하는 등성이조차
죽음의 입을 벌린 거대한 무덤으로 다가올 뿐
사방에 기립하는 어둠을 보라
사나운 짐승 되어
닥치는 대로 이빨을 박고 물어뜯지 않는가
북풍과 함께 뿌옇게 소용돌이치며
이정표마저 꽝꽝 덮어버린다
푸른 피 들끓는 내 서른 살도
강철같은 힘으로 지워버리는 눈보라, 눈보라여
낭떠러지를 떠받친 암흑 속에서 흑조(黑鳥)들 날아오른다
육신은 이미 얼음 도가니 되었으니
살아 있다면 정신이여, 흑조(黑鳥)들 울음 끝에
부딪히는 공포의 차디찬 사슬을 풀고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고립의 경계를 넘어가라
길 끝에는 언제나
혼돈과 두려움으로 결빙된 벼랑 있나니,
얼음회초리 후려치는 나뭇가지 붙잡고
빙벽 아슬히 지나간다
이렇 때, 암벽 빈틈은 얼마나 눈물겨운 희망인가
도전하는 일만이 삶의 새로운 가치를 보여준다는 듯
길게 누운 능선에 도달하면
한천(寒天)의 광폭한 칼날에 찔려
쓰러지고 절뚝거리던 정신이 그 사이에
흘립한 산꼭대기 끌어안고 있다
내가 끝끝내 가야 할
칠흑 속에 빛나는 아득한 저곳에
동안거 납자처럼 칩거한 길들 모여 있으리라
삭정이 꺾어 지핀 불꽃 너머로
허옇게 눈 뒤집어쓴 채
허공 밀어 올리는 흑조(黑鳥)
- 배한봉/ '黑鳥' 全文
* 윗 詩를 찾아 포스팅하며 마치 제가 다녀온 폭설의 山 이야기, 제 사진을 설명하는듯하여
저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놀랐습니다. 여기서 '黑鳥'라 함은 까마귀를 얘기하는듯 합니다.

머리 위에 눈(雪)실은 구름은 몰려 오고
올라서야할 암벽(巖壁)길은 쉴 틈을 주지 않는데
나, 뭘 망서리나
삶도 죽음도 바로 눈 앞인것을...
- Chris Yoon -
* 어제에 이어 '숨은壁'의 사진을 한 장 더 올립니다.
숨은壁은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백운대와 인수봉 사이에 숨어있는,
壁같이 얇다하여 붙여진 능선의 이름입니다.
눈 온 날 다녀왔다고 하니 모두들 놀라더군요.
무식하면 용감해진다고...ㅎ
눈 내리는 산중에는 불길한 까마귀 울음소리만 온 산을 휘젓더군요.

이제 바람이 잦았는가
아니,... 아직도 눈(雪) 실은 구름은 머리 위에서 맴을 도네
이제 더 이상 길을 잃고 갈 수도 없는 일
어느 바위틈에 숨어 눈보라를 피하며
나, 쉬었다 가리...
북한산을 올랐는데 구름이 봉우리로 넘어가고
눈보라가 치느라 앞이 보이질 않습니다.
하는 수 없이 움푹 패인 바위 아래 앉아
잠시 구름이 넘어가길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나무들이 바람을 맞으며 우는 소리가 적막합니다.
- Chris Nicol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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