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구룡포로 간다
보이소, 우리는 서울서 왔는데예.
여기 구룡포 오기전에 감포가는 길목에 모포라는 작은 포구가 있지예.
거기에 바닷물이 빠져나가문 갈라진 바다 골짜기가 있닥해서 찾아보고 오는 길이라예.
때를 잘 몬 맞춰와서 사진도 못 찍고 잠자러 구룡포로 왔지예.
장사는 잘 됩니꺼?
안됩니더. 코로나때문에 통 사람이 있어야제. 그리고 어쩌다 사람들이 내려와도 예전같이 돈을 안쓸락캅디다.
이뿐 모텔 아줌마가 항구가 바로 코앞인 트윈 베드 방을 내준다.
구룡포항에 계속 비가 내린다.
우리는 비오는 항구를 질척거리며 걷는다.
도미도 있고 광어도 있어예, 요즘은 쥐치가 맛있지예, 들어오이소. 잘 해 드릴게예.
원래 이곳, 구룡포(九龍浦邑)는 대한민국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에 딸린 읍으로
겨울이 되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면 청어나 꽁치를 그늘에다 내다걸어 냉동과 해동을 거듭하기를 열흘에서 보름을 지속하여 껍질이 쭈글쭈글해지고 속살은 꾸덕꾸덕하게 마르게한 과메기(참고 사진),
동해 청정해역 지역에서 어획한 오징어를 신선한 바닷 바람으로 건조시킨 피데기 오징어,
몸통에서 뻗어나간 10개의 다리가 대나무 처럼 곧다 하여 붙여진 구룡포대게가 특산물인 곳으로 현재에도 대규모 수산물 가공공장이 많고 과거 일정시대에는 일본인들이 수많은 해산물을 수탈해가던 항구로 아직도 항구앞에는 일본인 집단 거주지였던 일본식 가옥 50여채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비오는 항구의 모텔은 춥고 갈매기소리 드높다.
밤새 뒤척이다 잠이들었는데 새벽 4시에 寫友가 어느새 일어나 촬영나갈 준비를 끝내고 담배를 피우며 나를 깨운다.
- 일어나,
저 생존하기 위해 밤새 바다와 투쟁하고 돌아온 사람들 좀 봐.-
내어다 보니 불을 대낮같이 밝히고 금방 들어온 고깃배가 마악 항구에 배를 대고 있다.
- Photo / Copy : Chris Yoon
구룡포(九龍浦邑)
경상북도 포항시 동남부에 있는 읍. 장기반도의 동부에 해당한다.
닭벼슬산(148m)·광정산(198m)·응암산 등이 200m 이하의 구릉성산지를 이루며, 동쪽은 동해에 면해 있다.
서부 산지에서 발원한 여러 개의 소하천이 동해로 흘러드나, 유로가 짧아 동북부해안 일대를 제외하고는 평야를 형성하지 못했다. 구룡포항은 작은 만을 이루고 수심이 깊어 동해안의 주요 어업전진기지가 되고 있다.
주산업은 어업이나 석병리·삼정리의 완경사지에서는 계단식 농경지를 이용한 벼농사도 이루어지고 있다.
꽁치·대구·방어·오징어 등이 많이 잡히며, 미역·전복의 양식이 행해지고 오래전부터 동원산업을 비롯한 대규모 수산물 가공공장이 많이 있는 곳으로 70년대부터 현지인들의 인력이 동원된 어업, 산업단지로 필자도 젊은 시절에 출장을 가서 사진촬영을 했던 곳이다.
바닷길 동행자
내 寫友는 강원도 영월 끄트머리 골짝 육남매, 오골오골 부잡시럽던 집 막내요. 내캉 열다섯 살 차이가 나는데요.
내랑 구룡포를 함께 내려 왔시더.
서울서 내려올땐 더워서 달랑 입은 옷 한 벌, 옷을 안가져 왔는데 이곳 구룡포에 내리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바닷바람이 으째나 쎈지 들고있는 우산이 뒤집히고 오돌오돌 떨리고 속까지 뒤집힙니더.
방을 내주던 모텔아줌마도 '그라고 왔능교? 저쪽 끄트머리로 가면 구룡포 시장이 있으니 가서 싼거 하나 사입으소.' 라고
말을 합니더.
그래서 도저히 안되겠다싶어 시장바닥으로 들어가서 촌스럽든 우짜튼 싼거로 하나 사입으려고 가려니까 잠깐 기다리라던 寫友가 차 뒤칸을 뒤적거리더니 헌셔츠 하나를 배낭에서 꺼내들고 제가 입었던 점퍼를 벗어주능게 아닝교.
평소 장난도 심하고 허튼말도 많이 해서 속을 곧잘 뒤집어놓던 안데 내 오늘 생각 마이 했시더.
무뚝뚝하게 이거 입으소,라며 입던 옷을 벗어주고 내 보고 '나이만 먹었지 형은 알라라요'. 하던 그 촌시럽던 아가 우예 그리 고맙겠능교. 마 생각하문 생각할수록 자꾸 고마운기라요.
사진을 찍을때도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형님, 여기서 찍으소. 저쪽은 미끄러바서 위험합니더'. 라고 장소까지 잡아주고
이것저것 카메라 셋팅과 삼각대까지 안전하게 펼쳐주고 제 일을 합니더.
사진찍는 폼은 또 얼마나 흡인력이 강하고예. 내는 저리 폼이 안납니더.
저건 아무나 나는 폼이 아니라예. 평소 생활에서 나오는 폼이지요.
나는 지금 그런 아랑 바닷길따라 먼 여행을 하고 있시더.
모포항 물통 바위 - 경북 포항시 남구 장기면 모포리 20-17
모포의 바다는 편편하고 넓적하게 깔린 바위가 주를 이룬다.
이 바위에 홈이 파여 있어 파도가 치면 홈이 파인 계곡으로 물이 폭포처럼 쏟아져 들어간다.
이 모양을 장타임으로 맞춰 찍으면 물의 움직임과 바위의 홈이 장관을 연출한다.
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담으려면 새벽에 4시쯤 일어나 포항 모포항으로 나가야한다.
바닷물의 조수 간만의 차이 , 파도의 높낮이 등... 이 적당한 조화가 이뤄져 타이밍이 모두 맞아야 한다.
그런데 오늘은 파도도 세고 바다물이 지나치게 많다.
아마도 바닷물의 적당량이 밀려오는 시기가 겨울인듯하다.
오늘은 비록 마음속에 그리던 풍경은 담지 못하였으나 나는 바위위에 올라서 삼각대를 펼쳐놓고
수없이 밀려왔다 밀려 나가는 물의 흐름을 열심히 포착하며
시간의 흐름을 촬영하는 사우의 모습을 한 컷 건졌다.
- Photo / Copy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