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 청옥산 - The hill of wind
The hill of wind I
벌판에 핀 꽃들이 울고 있다
피 흘리지 않은 마음 어디 있으랴마는 산기슭에 앉아 내 가슴 분화구처럼 움푹, 이미 여러개 생겼다
내 몸속에서 흘러내린 어둠이 파놓은 자리, 오랜 시간과 함께 응어리처럼 굳어버린 용암들
그 자국들을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을 때는 깊고 아린 한숨만 쏟아져 나온다
꽃 향기에 어지러워 일어나지 못하고
꽃그늘에 누워 올려다보는 하늘에는 구름이 이동하고 있다
구름이 머물렀던 자리, 어느새 또 꽃이 뿌리를 내리며 피어나고 있다
사후(死後)의 어느 날, 이승으로 유배 와 꽃멀미를 하는 기분,
저승의가장 잔혹한 유배는 자신이 살았던 이승의 시간들을 다시금 더듬어보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황홀한 기억, 어찌 또 다음 사후에 내 기억하리
The hill of wind II
여기는 바람의 언덕,
강원도 평창 청옥산 해발 1,200m 고지대. '육백마지기'.
그 옛날 화전민들이 산을 개간하여 육백마지기의 밭을 일구고 그곳에 배추, 무우, 보리를 경작했던곳.
바람이 지나다니는 풍골로 가마귀도 앉아 쉬어가는 곳.
이 외로운 곳에 너와집 짓고 허리 한번 펴지못하며 밭고랑에 매달려 살았으리.
그러나 이제 내가 먼 곳에서 찾아와 전생에 와보았던 이곳, 저곳을 둘러보며
어린 초록별에게 스마트폰 문자를 쓴다
'이곳 바람의 언덕에 해가진다.
나는 어린왕자처럼 넘어가는 해를 좀 더 보려고
샤스타데이지 핀 바람의 언덕에서 의자를 자꾸 뒤로 물러앉는다.'
-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회동리 '바람의 언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