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19 여행사진 VIII ~ X
황량한 아름다움의 극치
순천만
이 황량함은 어디서 부터 시작되었을까!
어느 예술가도 감히 흉내도 못낼 저 황량한 아름다움.
새벽마다 개펄이 열리고 안개가 물러가면
갈대숲에 새들이 깃드는 곳
그러므로 풍요로워 보이는 풍경
내가 본 저 풍경은 유럽의 대부호가 소유한
끝없이 넓은 밀밭같아 보였다.
내년에는 어떤 풍경을 보아도 더 풍요롭게 하소서
황량[荒凉]하다는 말은 우리말로 <황폐하여 몹시 쓸쓸하다 >라는 말이다.* 영어로는 ① desolate ② bleak
순천만은 전라남도 남해안 순천시에 접해 있는 만, 여자만의 북쪽에 이어져 있는 만으로 순천의 동천과 이사천의 하류가 바다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몇천년 동안 형성된 넓은 갯벌과 갈대숲이 유명한데일찌기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읽어보면 가진것없는 민초들이 어렵사리 농사도 못짓고 꼬막을 건져 근근이 연명하던 불모의 땅이었다.
또한 김승옥(金承鈺)이 지은 단편 소설 <무진기행 /霧津紀行>을 읽어보면 세속적인 삶을 벗어나려는 고립된 개인의 복잡한 심리를 내용으로 하여, 개인의 삶과 현실 속에 던져진 자기 존재의 파악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소설 제목에 인용된 [무진시|무진](霧津)이라는 도시는 실재하지 않으며, 작가의 고향인 전남 순천을 모델로 하여 설정된 가상의 도시이다.
안개가 많아 안개무(霧), 나루(津). 무진(霧津).
그러나 나에게는 이렇게 풍요로운 색감과 끝없이 펼쳐지는 갈대밭의 질감을 또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자연앞에 머리 숙인다.
- 순천만에서 Chris Yoon
무녀도 日出
sunrise
일출(日出 / sunrise )....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모두 日出을 보겠다고 해가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을 찾아 떠난다.
해가 떠오르는 곳은 북새통을 이루고 숙박업소도 두 달전부터 예약을 받아
日出이 잘 보이는 방은 가격이 뛰어오르며 평소의 몇 갑절을 받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정초에 떠오르는 해를 보며 축원을 빈다.
그러나 그 해가 특별한 해가 아님을 어쩌리.
새해를 맞아 각오를 다지고 각자 다짐을 새롭게하자는 우리 인간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풍습이고 생각일 뿐이다
옛부터 우리 민족은 한가위가 되면 모든 농사일을 끝내고 달을보며 감사를 드리고
내년에도 무사히 넘어가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었다.
그런데 서양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겨 노래하던 태양으로 바뀐것이다.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해돋이를 보기위해 여행을 떠났던 사람들은 알것이다.
그것은 잠깐 떠오르는 해를 보기위한 새해여행을 위한 핑계였음을..
더구나 일기관계로 떠오르는 해를 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그 허망함이야말로 이루 말 할 수 없을것이다.
나도 섬 순례길에 무녀도를 찾아가 해가 떠오르는 장소를 물색해놓고 바위섬 사이로 해가 떠오르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해무가 잔뜩끼고 해가 떠오를 시간은 지났음에도 보이질않는다
그렇게 바닷가에 앉아 몇 시간... 정오가 되어갈 무렵, 해는 구름을 벗어나더니 이윽고 나타나 '용용 약오르지롱, 나 여기있는데..'하듯 모습을 나타냈다.
어쩌리... 꼭 떠오르는 해만 해인가?
중천에 떠있는 태양, 실루엣으로 보이는 바위섬과 나무들, 금빛으로 반짝이는 잔잔한 바다...
오히려 너, 나... 할것없이 즐겨찍는 日出과는 또 다른 풍경,
옛날 나, 어렸을적, 이발소에 걸려있던 페인트 그림,
너무 비현실적이라 과연 저런 곳이 있을까? 하고 동경어린 눈길로 바라보던 한 폭의 유화같은 사진을 촬영했다.
- 전남 신안 무녀도에서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