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국내여행

나의 조국(祖國) XII - 아! 독도(獨島)...下

Chris Yoon 2021. 10. 26. 16:16

Liancourt Rocks

 

그 누구의 고향도 아니었다
단 한번도 갓난아기 없이
동해 난바다 한복판
목쉰 늙은 갈매기 울음조차
쌓이는 파도소리에 묻혀
그 누구의 고향도 아니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솟아올라
먼 바다일망정
하필 거기 솟아올라
그토록 오래 바윗덩이의 묵언인 채
그 누구의 고향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 누구 있어 먼 곳으로 길 떠나
함부로 돌아올 수 없을 때
그곳이야말로 고향을 넘어
어쩔 수 없는 패배로부터 일어서서
하늘가 뜨거운 낙조에 담겨 파도소리 이상이었다

일찍이 그 누구도 거기에 가지 못한 이래
바람의 세월 몇천 년 동안
오직 그곳만이 파도소리에 묻혀
그 누구도 태어나지 않는 곳
먼 곳 자지러지게 떠도는 곳
그 누구에게도 끝내 고향이었다
오오 동해
독도

-고은, 「독도」 全文

 

 

제가 독도를 간다니까 제 지인 한 분이 '태극기를 가져가라'고 하시더군요.
남들도 다 그렇게 한다구요.
저는 미처 태극기를 준비 못한 마음이 죄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독도에 당도하고나니 태극기를 안가지고 온것을 다행으로 생각했습니다.
너, 나 할것없는 태극기의 물결... 그러나 그건 감격스런 태극기의 물결이 아니었습니다.
모두들 가지고간 태극기를 들고 스마트폰 사진을 찍기위함이었습니다.
자기 흥에겨워 셀카봉을 펼쳐들고 태극기를 흔들며 사진을 찍는것이 마치 그곳, 독도에 가면
그렇게 해야하는 관례처럼 보였습니다.
사진을 찍기위해 이동을 할 수 없으리만큼 독도 선착장은 한동안 난리를 치루었습니다.

아뿔사! 그러다 걱정했던 사건이 터졌습니다.
태극기와 셀카봉을 뻗쳐들고 사진을 찍는 무리를 빠져나오다 한 관광객의 태극기가 제 눈을 찌른 것입니다.
다행히 선그래스를 써서 심한 부상은 없었으나 내심 불쾌했습니다.
애국하는 마음에서 태극기를 가져온게 아니라 자신의 흥에 겨워 태극기를 소도구 삼아
사진을 찍으려고,... 그리고 그 태극기를 한번 그렇게 사용하고나서 그대로 버리고 오기 때문에
독도에서 태극기는 처치곤난한 물건으로 전락해버립니다.
언제부터 독도에 가면 태극기를 들고 사진을 찍는 관례가 생겼을까요?

독도를 가시는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독도를 사랑하고, 나라를 애국한다면 독도 정상에서 휘날리는 태극기를 향해
진심으로 경례 한 번 붙이고 오는것이 더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요?

- Photo / Copy :: Chris Yoon

 

 

 

 

 

이제, 저와 함께 서울에서부터 강줄기를 따라 영월로, 삼척으로, 묵호로 ...
그리하여 마침내 울릉도를 거쳐 독도까지 여행동반을 해준 Andy의 사진을 소개합니다.
그의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꽤나 이성적으로 독도의 구석구석을 살피며 다른 사람들이 살피지않는 독도의 숨은 구조들을 담았더군요.

그의 사진은 꾸밈없고 정직하게 르뽀 형식을 갖춘게 장점입니다.

 

 

 

 

 

 

 

 

epilogue (여행후기)

 

 

울릉도를 떠나오던날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에서는 오전에는 바람이 불고 비가 오지만 오후에는 맑게 개일것이라고 했다.

나는 우산을 받고 항구로 나갔다. 배가 들어오고 여행객들이 쏟아져 내리면 끓는 가마솥처럼 바쁘게 왁자지껄한 항구가이렇게 조용하다니... 하늘엔 구름이 가득끼고 아직 여객선이 안들어온 때문이리다.

나는 비오는 항구를 혼자 걸으며 멜랑코리한 감정에 젖어들었다.
집을 떠나온지 참 오래된듯하다. 그 시간들을 비를 몰고 다니며 바닷가 해안도로를 따라 배회했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니 해가 뜨고 날이 개인단다.

 

그렇게 나는 긴 여행을 마치고 밤 늦은 시간에 집으로돌아왔다.

긴 여행에서 돌아온 내게 아내가 바람 잘 털어내고 들어오란다.
하루종일 음악을 듣는다. 여행지에서 듣던 음악과 사뭇 다르다. 여행지에서는 바닷속으로 뛰어들어가고 싶은 음악을 들었다면 집에 돌아와서는 창(窓)틀에 낙수(落水)가 떨어지는듯한 음악을 들을란다.

그런데 음악을 들으며 세상바깥 소식이 궁금하여 뉴스를 틀었더니 내가 다녀온 독도인근에 헬기가 추락하여 수색작업이 한창이다. 사상자도 생긴모양이다. 어쩌다 이런 일이... 제발 이 세상에 사건사고가 없는 날들이 오기를...

 

연 일주일째 죽만 먹으며 속을 달래고있다. 종합검진을 받기위해서다. 어렵게 예약을 하고 갔으니 병원에서 하라는대로 해야한다. 바닷가 모래톱으로, 바람부는 골짜기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산등성이로... 뛰며, 푹푹 빠지며, 절름거리며... 돌아 다니다가 흰죽만 먹으며 음악을 듣고, 여행에서 찍어온 사진들을 보고있노라니 그저 산다는 것이 별것도 아니구나, 나 이세상에 태어나 어떻게 살다가야 후회없는 생을 살다가는걸까?... 이런 생각들만 머릿속에서 맴돈다.

삶이란건 참으로 아늑하여라...


- 햇살 맑게 쏟아져 들어오는 늦가을 서재에서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