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태백 I
한계령으로 차를 운전하다가 돌려
강원도 태백산 골짜기로 접어들었다.
태백산(太白山), 1,567m의 중턱.
그러나 해발고도는 높지만 산이 가파르지않아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는 항상 생각만해도 갈증같은 그리움을 느끼게 하는 친구가 있다.
젊은시절, 태백을 여행을 하던중, 버스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 내게 말을 걸어오며 이것, 저것을 묻던 것부터 그 친구와의 우정은 시작된다.
나는 그때 군복무를 얼마 앞두고 심난한 마음을 잠재우려 혼자 여행중이었다.
그 친구의 말은 이러했다.
- 그는 산속에 들어와 산지 이제 3년 되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부터 나를 보고 따라와 옆자리에 앉았다'
당신을 처음 본 순간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깊은 고민들을 읽을 수 있었다.'
조금 더 가서 골짜기로 들어서면 우리집인데 괜찮다면 우리집에 가서 이야기 좀 하자. -
처음엔 귀찮은 존재로 생각했으나 나는 차츰 그의 말에 귀를 기우리게 되었고 고개를 돌려 그의 얼굴을 보니 그의 두 눈은 마치 맹수의 눈처럼 빛을 발하며 번득이고 있었다.
나는 훗날 찾아가겠노라고 그의 주소를 받아들었고 그는 버스에서 내렸다.
버스에서 내린 그는 뒤돌아서서 나를 바라보더니 총총히 눈 내린 숲속으로 걸어들어갔다.
그 후, 아무리 생각해도 의문은 풀리질 않았다.
젊은 그는 왜 산속으로 들어가 혼자 살게 되었을까?
그러나 의문은 내가 나이가 들면서 차츰 풀리기 시작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많은 모함과 시기를 받았고 그들의 모략으로 세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을때,
나는 그를 다시 찾아갔다.
그는 차분히 이야기했다.
'나 역시 형씨같은 시절이 있었지. 아주 유망하고 갈 길이 먼. 그런데 하루아침에 조직에 배신을 당하고나니 걷잡을 수 없이 죽고싶더군. 그때 찾아 들어온 곳이 여기야. 먹는것은 그럭저럭 농사를 지어 해결하는데 겨울이되면 무척 추워.
추위를 막으려 입을것이 늘 걱정이었지.
읍내까지 늘 뛰다시피 걸어다녔어. 그런데 그날은 버스를 탔어. 형씨를 만나려고 그랬던게야.
그리고나서 40년. 이제 그의 산속 오두막은 사라지고 운치있는 목조건물로 바뀌었다,
그는 이제 산속에서 제법 자신에게 걸맞는 집을 짓고 살고있다.
오랜만에 찾아간 나를 그는 반겨주었다.
페치카에 불을 붙이고 더운물에 몸을 푼 우리는밤 새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내 나이 스물 여섯살나던 해 겨울,
처음 만났던 산으로 들어온 청년도 어느덧 지긋한 나이가 되었다.
'난 아직 한번도 이 총을 내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어.'
그는 벽에 걸려있던 장총을 꺼내들고 내 옆에 앉았다.
'난 화가 솟구칠때마다 소음기를 장착하고 하늘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지.'
그는 손에 든 총을 힘주어 잡으며 내게 기대왔다.'
...........................
'나는 말없이 그의 허리를 휘감았다.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