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국내여행

東海에서

Chris Yoon 2021. 10. 25. 05:39

東海에서 I

 

 

결국, 또 다시 떠나오고 말았습니다.

여기는 동해바다, 속초항.

오전내내 인제 내린천을 따라오다 바람찬 한계령을 넘었습니다.

한계령은 언제나 세찬 바람이 부는 곳, 이윽고 바다내음을 맡습니다.

항구, 등대...한 해의 마지막을 여기서 보낼까 합니다

마지막 지는 해를 보고, 또 내년의 해돗이를 보고 돌아가려 합니다.

'한 해동안 감사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당신이 없었다면 승리도 없었을 것입니다.

또 글 드리겠습니다.


- 글 :: 윤필립-

Photo :: '속초에서' Chris Yoon

 

 

 

 

 

 

東海에서 II

 

 

해가 바다에 잠겨들면서 등대는 빛을 발한다.

어둠이 있으면 빛은 더 빛난다.

사막의 별은 볼수록 반짝인다.

나도 누군가 봐줄수록 반짝일 것이다.

당신... 당신이란 존재는 나에게 무엇이었나?

오히려 나에게 있어 사막의 별은 바로 당신이지 않았을까?

등대불이 반짝이듯 곧 하늘의 별도 반짝일것이다.


- 글 :: 윤필립

- Photo :: Chris Yoon

 

 

 

 

 

東海에서 III

 

 

바다에 해가 졌습니다.

금방 어둠은 몰려들고 노을도 사그라들것입니다.

뱃사람들도 등대불을 보고 돌아오는 시간.

나도 어딘가로 들어가 피곤한 몸을 눞혀야겠죠.

바람이 찹니다.

누군가에게 속삭여 봅니다.

Farewell...Farewell...이제 안녕이라고.


- 글 :: 윤필립

- Photo :: Chris Yoon

 

 

 

 

 

東海에서 IV

 

추위와 어둠을 피해 들어온 곳이 고작 선술집인가?

요즘의 선술집에서는 퇴폐적인 분위기가 없다.

내 나이 서른 살 즈음...죽기로 마음먹고 대포항을 찾은때가 있었다.

설악호텔에 여장을 풀고 낮에는 잠만 잤다.

밤이면 일어나 질척거리는 골목, 선술집으로 나와 소주 한 병을 앞에놓고 눈물이 그렁그렁 고인체 밤바다만 바라보았다.집어등을 켠 배들이 멀리서 깜박이며 돌아가라고, 돌아가라고 말했었다.

그때 나이만큼을 더 살아온 오늘, 해삼과 소주를 시켜놓고 한 잔을 마신다.

흑-ㄱ 하고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솟구쳐 나온다.

잘 참았다. 일년동안.

그래서...오늘은... 울었다, 울었다, 울었다.

- 글 :: 윤필립

- Photo :: Chris Yoon

 

 

 

 

 

東海에서 V

 

그대, 오늘만큼은 우리 슬픈 음악을 듣지않기로 해요.

한 해동안 많이도 울었잖아요.

오늘은 모든 시름, 걱정 다 떨쳐버리고 바닷가에서 지는해를 보며 마음껏 소리쳐봐요.

스페인에서의 바닷가처럼, 포르투갈의 바닷가처럼, 산토리니의 바닷가처럼, 우리 신나게 축제를 벌려봐요.

지는해를 보며 맨발로 춤을 춰봐요.

그대, 오늘만큼은 우리 슬픈 음악을 버리고 감격어린 포옹을 하며 벅찬 희망에 찬 노래를 불러봐요.

- 글 :: 윤필립

- Photo :: Chris Yoon

- Music :: Mariza - Primavera

 

 

 

東海에서 VI

 

 

목구멍에서 가시가 자라납니다

이미 삼켜버린 것들이 되돌아오는 이유는 기억도 병이기 때문입니다
점이 선으로 흘러가는 것처럼 인연이란 언제부터 오늘까지 그은 미망이겠지요.
어쩔 수 없이 남겨진 생채기 같은 것들이 초록이 되고 낙엽이 되고 눈물이 됩니다.
고개를 하늘로 쳐들고 발성해 보았자 새것이 아닌 내일,
신년을 종소리로 울려야 하는 이유는 산 사람은 살아가야 하기 때문일까요.
입가로 흘러내리는 침을 닦습니다.
어머니 앞에서 걷어찬 밥상이며 결백을 위해 발설한 친구의 비밀이며 이별을 목적으로 선택한 전락처럼,
고통없이 삼킬 수 있는 변명은 없습니다.
부어오른 모가지를 쓰다듬는 후회의 손길들,
참, 추하게도 살았습니다! 기도 속으로 꽃이 스밀 때 죽음이 온다면
기도협착증은 몸의 반성쯤 되겠습니다.

숨을 몰아쉴 수 없는 날을 토합니다.
개나리들 노랗게 머리를 내밀 봄날은 아직 오지 않은 염증쯤 되겠습니다.
사람을 병들게 하는 건 사랑에 대한 상상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후두염 같은 눈물이 콜록거리며, 콜록거리며 울려오는 송년입니다.


詩 :: 김은상의 시집 『유다복음』 (2017,7)에서 '타종 /打鐘'

Photo :: Chris Yoon

 

 

 

 

 

東海에서 VII

 

 

한 해가 지나고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태양은 변함없이 떠오릅니다.

아침, 저녁으로 부둣가에 나가보지만 어제도, 오늘도, 태양은 늘 똑 같은 태양이 떠오릅니다.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다음 해에도 또 다시 저 태양이 떠오르겠죠.

사랑하는 당신, 몇 일 사이로 제가 부쩍 늙어버린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존재하고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할 줄 알아야겠죠.

곧 돌아가겠습니다. 조금 더 방황하다가...


- 글 :: 윤필립

- Photo :: Chris Yoon

 

 

 

 

 

東海에서 VIII

 

 

새벽 포구에 나오면 활기가 찹니다

어젯밤에 고기잡이 나갔던 배들이 자신들이 떠났던 포구를 찾아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포구는 새벽을 깨우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뱃사람들 소리, 갈매기 소리, 상인들 소리.

삶이 시들해지면 새벽시장엘 나가보라고 누가 그랬던가요?

러나 모르시는 말씀. 어부는 고기를 잡고, 시인은 시를 쓰고,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조각가는 조각을 해야합니다.

누가, 누구의 삶을 관조하며 부러워하고 흉내를 내서는 결코 안됩니다.

저마다의 길, 자신의 길을 한번쯤 되돌아보며 생각해 보았나요?

우리는 누가 흉내 낼 수 없는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습니다나,

당신, 그리고 우리... 그래서 우리는 대단합니다.



- 글 :: 윤필립

- Photo :: Chris Yoon

 

 

 

 

 

東海에서 IX

 

 

언제나 석양무렵이면 외롭고 더 춥습니다.
누군가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그리워지곤 합니다.
그러나 입을 꾹 닫고 부두를 거닐며 외로움을 참아냅니다.
때로는 술로 마음의 허기를 달랩니다.

그러나 당신,...
술로도 달랠 수 없는 보고싶은 당신.
세상을 살아오면서 단 한 사람이라도
당신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 글 :: 윤필립

- Photo :: Chris Yoon

- Music :: Jim Chappell - The Rain

 

 

 

 



 Christopher Peacock - A Gift From The S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