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수도 여행기 14 / 남일대 바닷가 코끼리 바위 I
경남 사천 남일대 바닷가
코끼리 바위
바람이 거세서 배가 출항하지 못한다하여 남해로 차를 돌려 한려수도를 따라 가는 중, 사천을 지난다.
사천은 내가 공군으로 입교했을때 첫 부대로 잠시 머무르며 생활했던 곳이다.
부대앞을 지나는데(지금은 사천 비행장으로 바뀌고 공군 훈련장으로 변했다.) 아들아이가 "아빠가 좋아하던 곳, 데려다 줄게 말해봐."한다
나는 당시 휴일이면 외출을 나와 남일대 바닷가로 갔었다.
배가 고파서 라면을 사먹고 터덜터덜 먼지나는 길을 버스를 타고가다 내려버스가 들어가지 않는 길은 걸어서 먼 길을 갔었다. 그리고 하루종일 코끼리 바위에서 앉아 있다가 돌아갔다.
내 고향 서울로 가고 싶었고, 군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못 된 길로 풀리지 않고 내 자신을 지키고 싶어서 혼자 찾던 곳이었다.
* 좌측 사진 : 코끼리 바위, / 우측 사진 : 스물 아홉살적에 다시 찾아 갔을 때.
"무슨 생각으로 이 먼 곳을, 더구나 휴일에 혼자 왔던거야?" 아들아이가 웃는다.
그랬다. 나는 당시 심한 정신적 압박과 육체적 노동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머릿속은 이대로 추락하지 말고 반드시 살아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러면서 진주로 외출을 나간 날, 로져무어와 캐롤 베이커가 주연한 영화, '기적 (奇蹟, Miracle)을 보며 나에게도 기적을 내려달라고 염원(念願)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기적처럼 전속을 받아 신촌리(지금의 성남 비행장)으로 갔다.
전역을 하고 첫 직장을 들어간 스물 여덟 살 때, 출장을 진주로 오게 되었을때,
그 바닷가, 코끼리 바위가 다시 보고 싶었다.
그래서 택시를 타고 달려와 하룻동안 또 혼자 지내다 갔었다.
오늘은 그때의 나보다 더 어른 스러운 아들아이의 도움을 받아 다시 그 추억의 장소를 찿았다.
* 좌 : 스물 여덟살 때, 다시 찾은 코끼리 바위 / 우 : 이번 여행중에 아들이 데려다 준 코끼리 바위
다소 아담하지만 그 경치가 모든 것을 받쳐주는 남일대 해변의 해안 끝자락에는
코끼리 바위가 결정적으로 아름답게 위치해 있다.
여타 관광지는 배를 타고 접근을 하거나 멀리서 바라만 봐야하는 것과는 달리 남일대 코끼리바위는
바로 근처까지 접근이 용이하여 깎아지른 듯 한 코끼리바위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다. (썰물이 빠져 나간 후)
사천의 8경중 하나인 남일대 코끼리바위는 지금은 포장된 해안로, 접근의 용이함 때문에 이제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잘게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와 그 소리가 가슴을 후련하게 만들어주고 그 앞에 펼쳐진 남해바다의 한려수도 마지막 풍경이 절경을 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