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국내여행

남도여행 시리즈 VII / 남도의 식문화

Chris Yoon 2021. 10. 24. 05:32

 

한 그릇의 밥을 앞에 놓고서
문득 때없이 목이 메일 때가 있다
창밖엔 미어터지도록 봄볕이 쏟아지는데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생(生)의 공복감으로
서러움에 말아먹고 분노에 비벼 먹는
참말로 눈물나는 삶의 이 한나절 슬픈 식욕

 

- 서숙희의 <슬픈 식욕>에서 인용

 

 

 

 

남도의 食문화는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몰라도 무척이나 푸짐하고 맛갈스런 음식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오른다.

그야말로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나온다는 표현이 딱 맞다.

맛을 보면 간을 세지않고 담백하게 해서 재료의 맛과 풍미를 충분히 살렸다.

역시 藝와 禮의 도시, 양반음식답다.

주로 육전이나 떡갈비가 오르고 해산물로는 홍어삼합과 젓갈들이 조금씩 오르며 채소들을 정갈하게 씼어 들깨를 넣어 볶고 국과 밥을 놋그릇에 담아 얌점하게 올린다.

그날은 마침 생일날이었다.

훌훌 털어버리고 싶어 가방을 꾸려 생일날 아침에 빈 속으로 떠나왔던 남도여행길에서

지인의 충만한 은혜로 이토록 푸짐한 생일상을 받고 말았다

그 중 어린시절 할머니가 곱게 살을 발라 녹차 우린 물에 밥을 말아 그 위에 얹어주시던

보리굴비 한 접시가 눈에 들어왔다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부터 울컥 올라오는 것이 있었다

아, 나는 남도여행길에서 받은 생일상의 보리굴비 한 접시에 눈물겨워 한다

 

 

 

 

 

Paul Cardall III


1. Redeemer
2. Voices
3. Soul Song
4. Our Love
5. Coming Home
6. Day Of Rest
7. How Great The Wisdom And The Love
8. Passing Time
9. The Woman In The Snow
10. When I'm With You
11. Sacred Nature II
12. Journey Wit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