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국내여행

겨울여행 VIII / 卍行 , 晩行, 萬行 ...

Chris Yoon 2021. 10. 24. 03:28

卍行, 晩行, 萬行...

 

 

낯 선 곳, 섬으로의 여행은 얼마나 흥미로운가
어느 누구도 밟지않은 땅이라 생각하며
밟고 스쳐가는 바닷가
그러면서...
운명적 사랑을 꿈꾸기도 한다

 

 

 

화산 분화구와 용암이 흘러내린 암반
이곳은 오래전 심해(深海)였다
암반위에 엎드리면
아직 태초의 해초향(海草香)이 묻어난다
해초향(海草香)에 몸을 적시려
암반위에 엎드려본다
그러면서 몸짓으로 글씨를 써본다
S... o ...l ...i ... t ...u ...d

 

 

 

흐린날 사진찍기를 좋아한다
흐린날의 사진은 무채색에 가깝다
훗날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 할것이다
이게 칼라야? 흑백이야?
그러나 분명 칼라다
루페로 들여다보면 사원색이 존재한다
세상은 묻혀있는듯 조용히 사는것도 한 방법아닌가?
내 사진이 그렇게 말해준다

 

 

 

낯 선 곳을 헤메다 돌아오면
적당한 피로가 젖어오고
그 피로는 마약같이 온몸에 번지며
어둠속 구름위를 걷는듯 몽롱하다
헬스할 때, 웨이트 끝나고 바로 유산소로 들어가
보통 30분정도 뛴다
어느날, 뛰어도 뛰어도 지치지 않는때가 있었다
1시간을 넘게 뛰었는데
몽롱한 기분마저 들고 담배를 처음 피웠을 때처럼
온몸이 나른한 것이 공기 속에 내가 녹아드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날의 런닝하이(Running high)같은 느낌,
이 또한 마스터베이션(masturbation)에서 오는 쾌감이다
문을 닫고,
커튼을 내리고,
빛을 차단하고...
본격적인 쾌감을 느껴보고싶다
그 숨이 넘어갈듯,
열일곱살에 첫 담배를 피우고
몽롱한 의식속에 듣던 연주곡,
'In-A-Gadda-Da-Vida'(이나가다다비다)같은 쾌감.

 

 

 

달이 해를 가리는 순간을 일식(日蝕)이라한다
빛나던 해를 달이 삼켜버리는 순간,
세상은 어둡다
무슨 일이 생길듯하고
무슨 일이 벌어져도 모두 용납될것같은 순간
그러나 그 일식(日蝕)은 아주 오랜만에 온다
....................
나도 일식(日蝕) 당하고 싶다

人類의 일식(日蝕)...
여자와 섹스를 할때,
늘 섹스를 유도하던 사내들이
어느순간 유도당하고 싶어하는 순간이 있다
그것도 손과 발을 밧줄로 묶이고 거칠게 당하고 싶어한다
참으로 에로틱한 발상...
나 또한 젊은시절, 스스로 일식(日蝕)을 자처했었다

그러다가 어느때 부터였을까?...
낯선 나라에서 禁慾생활을 하게 되였다
스스로 임포턴스가 되었다
자연히 남의 행위를 엿보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할렘가에서 V.T.R.을 사다가
밤마다 흑인들의 재즈가 들려오고 잠이 안오는 밤,
몇번이고 리와인드를 시키며 탐닉하였다

 

 

 

어질러진 베드위,
얼룩진 하얀 시트가 참으로 기분좋게 보일때가 있다
막 상황이 끝난듯 심하게 구겨진 시트,
그 위에 올려져있는 카메라와 노트 북,
카메라와 노트북은 지나간 시간을 붙잡아 둔다
그 속에 기록돼 있는 흥미진진한 순간들
타인의 행위를 관음하듯
色情에 들떠있는 내자신흥미를 갖던 때가 있었다

 

 

 

다시 卍行...
卍行이 어느새 晩行이 되었고
그 晩行을 萬行으로 이어가려한다
서울에서 아무도 날 위로해주는 사람이 없을때
바다 생각이 났었다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늘 바다 생각을 했었다
내가 바다에 오지 않았다면
난 어떻게 그 어두운 시간을 어떻게 이겨냈을까?
바다가 이 밤을 함께 해주지 않았다면
난 어떻게 내 길을 찾아 갔을까?
하루에도 몇 번씩 멈춰 서서
난 바다를 생각했다
고요한 바다위로 해가 항해하는 것처럼


참으로 좋다
떠나온다는게 이토록 해방감을 안겨 주다니...
이렇게 살자
앞으로는 이렇게 살아보자
지금 몸과 마음이 빠르게 회복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