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10월 - 기형도

Chris Yoon 2021. 10. 10. 06:31

2012. 10. 23.

 

 

한때 절망이 내 삶의 전부였던 적이 있었다.
그 절망의 내용조차 잊어버린 지금
나는 내 삶의 일부분도 알지 못한다
이미 대지의 맛에 익숙해진 나뭇잎들은
내 초라한 위기의 발목 근처로 어지럽게 떨어진다

기형도 의 '10월' 에서 발췌

 

 

 


기형도 시인은 가을을 불면의 밤으로 표현했지만 나는 요즘 불면이 씻은듯 없어졌다
밤 새도록 텅 빈 아파트 광장을 病的으로 내려다보며 밤을 지새우고 새벽을 맞는게 아니라
아주 곤히 잠을 잔후 이른 새벽을 맞는 것이다

새벽이 오는 거리를 지나 공원산책을 나선다
호수의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잠을 깬 새들이 날아 다닌다
아침이 오는 소리...
가을이 지나가는 소리...
나무 아래 앉아 오래도록 음악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