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여행 23 - 아침해 고운 바다, 무슬목 해변
남도여행 시리즈 23 - 아침햇살에 빛나는 몽돌 고운 바다, 무슬목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를 보라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위안이 거기에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라.
어둠 속에서 고이는 빛이 마침내 밝히는 여명,
스스로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 거기에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 있는 섬을 보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 거기에 있다.
바다 저쪽 먼 곳에서 한사내가 왔다.
그가 누군지 세상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옷에 먼지가 내려앉고 조금은 피곤한 기색이 먼 곳에서 부터 왔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가 다시 어디로 떠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의 고향이 어디냐고?
....
아무도 모른다.
그는 태어난 곳을 고향이라 생각지 않는다.
앞으로 살아나갈 곳이 그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형제섬.
섬도 형제가 있는데 그에게는 형제가 없다
어린시절엔 있었는데 살다보니 잃어버렸다
그래서 그는 하루종일 형제섬을 바라보고 있다
몽돌,
무슬목 바닷가는 모두 몽돌이다.
태초에 바다가 생길적엔 제각각 각이 진 돌이었을진데
밀리고 굴려지다 보니 너, 나 할것없이 모두 몽돌이 되었다
밀리고 굴려지다보면 모두 둥굴게 변하는걸까?
아니다.
나는 평생 몽돌이 될 수 없었다.
바다유리,
몽돌사이에서 유난히 빛나는 바다의 보석을 본다
어느 傷心한 사내가 찾아와 세상을 하직하기전, 마지막 소주를 병채로 마시고
그 울분을 끝내 못이겨 바다를 향해 저주를 퍼붓듯 몽돌에 집어던져 박살을 낸 유리조각들
그 뾰족하고 날카로운 저주의 유리조각은 바다가 어루만지고, 달래고, 구슬리며
동그랗고 색이 고운 바다의 보석으로 변했다
나 또한 이세상을 살면서 뾰족하고 날카롭게 누군가를 베었었다
........................
그간 밀리고 굴리워지며 얼마만큼 바다의 보석이 되었을까?...
돌탑을 쌓았다, 허물어 뜨렷다, 또 쌓는다
그렇게 한나절. 세상을 살며 시간을 보내기로 이짓보다 더 좋은게 또 무엇 있을까?
그간 내가 이세상을 살아오며 쌓았다 허물어뜨린 것들, 어디 이 돌탑 뿐이었으랴.
향일암에서 여수로 나오는 길목, 무슬목 해변에 들렸다.
무슬목은 전남 여수의 돌산도에 있는 섬으로 여수에서 7km쯤 떨어진 곳에 위치한 아름다운 몽돌해변이다.
이곳은 임진왜란때 이순신 장군의 전승지로 이곳에선 동백골이라 불렀다한다
전라남도 여수시 돌산읍 평사리에 있는 무슬목은 (무실목·무술목) 등으로도 불린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섬멸한 해가 무술년(戊戌年)이어서 전적을 기리고자 무술목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600~700m의 해송과 몽돌밭으로 이루어진 해안선의 경관이 뛰어나 여름에는 해수욕장으로 이용되고 있으나
떠오르는 아침해를 촬영하는 사진가들의 단골 촬영명소이기도 하며 북쪽 바다는 고니 등 겨울철새의 도래지이기도하다. 무슬목 형제섬으로 떠오르는 일출은 장관이다
지금 듣는 '크랑 말러의 바다'는 바람에 의지하고 노를 저어 폭풍우치는 망망대해를 헤쳐나가야 하는
고난스럽고 외롭고 힘든 항해자를 그렸다.
혹자는 살아남고 혹자는 파선의 종말을 맞이해야 하는바다를 그린 것 같아 비감스런 느낌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