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Poem - 두물머리, 또 겨울강
같이 죽자
장대 같은 아들의 멱살을 움켜잡고
새벽 얼음물 속으로 끌고 드는 아비와
두 다리 한사코 뒤로 버팅기는 아들
그날 강물은 소뿔에 받혀 퍼렇게 멍이 들었더니
갈대꽃 몇 번인가 흘러가고
다시, 나
겨울 강 보러 왔네
고삐를 누가 끌고 가는지 묻지도 않고
강둑은 끄덕끄덕 따라만 가는데
그 부자(父子)의 강은 어디쯤 흘러갔을까
오래된 눈물이 도진 듯
하늘이
풍경들 속에서 주춤 몸을 빼는데
얼비치는 저 시푸른,
멍꽃에서는 언제나 천륜의 냄새가 나더라
가슴에 장대 하나 가로지르고 또
겨울 강 보러 왔네
- 이화은의 '또 겨울강'
용문사 은행나무를 뵙고 오는길에
두물머리 위 쪽, 북한강에 내려 강물을 바라보았다
겨울이 오면서 강물은 한층 더 깊고 푸르러졌다
언제부터 이곳이 이토록 아름다웠나?...
김훈의 소설 黑山' 중에 이곳의 아름다움이 잘 쓰여있다.
마재...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116번지
그곳에는 다산 유적지 도착 500m 전에 聖일가족을 기념하는 마재 성지가 있다
한국 천주교 성현 중 한 명인 정약종(정약용의 형)과 그의 형제들이 살았던 생가터로
정약현, 약전, 약종, 약용 형제들이 이곳에서 마테오 리치의 '천주실의'를 읽고 신앙을 받아들였던 곳.
대부분 많은 천주교 聖地들이 '순교지'인데 반해 마재성지는 한 가정의 '신앙 출발지'이다
김훈의 소설 黑山' 에는 이 이야기가 소상히 쓰여져 있다
'마재'라는 이름도 이쁘고, '두물머리'라는 이름도 이쁘고,
漢字로 쓴 '양수리 (兩水里)'라는 이름도 참으로 이쁜 이름들이다
그 이름들만큼 이쁜 지형을 끼고 강은 오래토록 흘러내렸다
그 강가에서 가을이 가는 소리를 들으며 오래도록 앉아있었다
Chris Yoon
두물머리-
강원도 산협을 돌아나온 북한강과 충주, 여주, 이천의 넓은 들을 지나온 남한강이 마재에서 만났다.
강들은 서로 스미듯이 합쳐져서 물이 날뛰지않았다.
물은 넓고 깊었으나 사람의 마을을 어려워하듯이 조용히 흘렀고 들에 넘치지 않았다.
마재의 농경지는 물가에 바싹 닿아 있었다.
수면과 농경지가 턱이 지지 않아서 아이들도 동이로 밭에 강물을 퍼나를 수 있었다.
북한강 물은 차갑고 남한강 물은 따스해서 두물머리 마재에는 아침마다 물안개가 피었다.
해가 떠올라서 안개가 걷히면 강은 돌연 빛났고 젖은 산봉우리에 윤기가 흘렀다.
하남쪽 검단산 위에서 내려다보면 산협을 굽이치며 다가오는 두 줄기 물길이 푸른 띠처럼 보였다.
서울 토성 쪽으로 향하는 큰 물은 산을 돌아나가면서 보이지 않았다
- 김 훈 / 소설 '黑山'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