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西 Europe

Letter from Italy

Chris Yoon 2021. 10. 23. 06:06

 

최형, 그간 안녕하세요?

이글이 최형께 전달이 될런지는 큰모험이지만 항상 제가 생각하는, '뜻이 있으면 길이열리고, 사람과 사람사이에 강물이 흐른다'는 말처럼 헛수고가 되더라도 그냥 써보렵니다.
어쩌면 방학중이라 시골 고향집에 머물러 계실지 모르고,,

그렇다면... 고향집에서 E-mail따위는 더욱 들여다 보실리도 없고

지금쯤 어쩌면 서울로 다시 올라오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이글을 씁니다.

 

제가 떠나온지도 벌써 3개월이 넘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후랑크후르트를 거쳐 스위스를 지나 파리에 머물다가 현재는이태리에서 일을 보고 있습니다.
여긴 매일매일 거의 살인적으로 뜨거운 태양이 비칩니다.
어렷을때에 본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본 아랑드롱처럼 수많은 젊은이들이 검은 선그라스를 끼고 거의 윗통은 벗어던지고 거리를 활보합니다.
태어나고 이렇게 신체에 대한 주눅이 들어보긴 처음인것같아요.
모두 하나같이 영화배우처럼 멋이 있는 사람들이지요.
여성들도 젊은날의 실바나망가노, 클라우디아 카르디나레처럼 아주 육감적으로 생겨서 눈부신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저를 몸살나게 만듭니다.

여기서 저는 나폴리의 바다가 바라보이고 테라스에 빨간 제라늄이 자라는 작은 아파트를 한칸 얻어 촬영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간 베니스, 폼페이, 피렌체, 쏘렌토, 로마, 카프리섬... 많이도 다녔습니다.
부지런히 트램과 버스를 갈아타며 뛰어 다니고,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며 제가 표현할 수있는 모든것들을 상대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밤이면 해가 쉬 지지않는 나폴리 항구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들을 하지요.

그곳, 한국에서 나는 왜 한낱 작은 인간밖에 아니었으면서도 그렇게 나를 표현하려고 소리지르고, 혼자 울고, 애썼나... 하는 생각들....

얼마전까지 머물렀던 파리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더군요.
우선 이곳에서 살다간 수많은 예술가들... 그래서 그럴때면 뮤지엄을 찾아갔었습니다...

또 가슴을 울리던 노래를 불렀던 아티스트들... 샤를르 듀몽, 끌로드 후랑소아, 세레쥬 레지아니, ....
혹시나 그들을 만날수있을까 싶어 세느강을 거닐다 유람선도 타보았지만 그들의 모습은 볼수없고 그들의 노래만 더 가슴에 안고 그리움을 키워갑니다.

아무튼 파리에서의 생활은 매일 축제였습니다.
그토록 제가 좋아하는 포도주를 매일 물마시듯 마셔가며 버스를 타도 제가 좋아하는 분위기의 노래들이 흘러나오니까요.
캐캐묵은 이브몽땅이나 쥬리엣그레꼬가 아니고 산뜻하게 현대를 사는 샹쇼니에들이 들려주는 현대의 대중가요는 길을 걷다가도 멍 하게 서있게 만들고 가슴을 두드리며 애써 진정 시킬정도로 나를 못견디게 만들지요.

이곳에서 좀 더 있다가 다시 파리로 갈것 같습니다.
그런데 파리는 워낙 집세가 비싸서 걱정입니다.
밀라노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죽어도 신세짓기는 싫고.. 그냥 국경을 넘어다니며 살던지...

아니면 암스텔담으로 그냥 날아가던지...

역마인생답게 발길 닿는대로 떠돌며 느끼고, 촬영하고, 메모하면서..

좀 더 많은 사람과 만나서 눈빛교환을 할까합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제가 한국에서 하던 걸핏하면 얼싸안고, 끌어안고, 볼 비비고 하던 그런 짓들,...

여기서는 공공연히 '허그'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어요. 아무리 그 짓들을 해대도 누가 이상하게 보지도 않고 얼마나 감정표현하기가 좋은지...

돌아가기전에 또 시간내서 글 올리지요.
안녕.

* 파일첨부로 몇일전에 소렌토에서 촬영한 사진 한 장 보냅니다.
이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그 뜨거운 태양아래 높은 산, 절벽위로 생명을 걸고 올라갔습니다.
그곳에서 아슬아슬하게 내려다보니 오금이 저리고 오줌을 질길것처럼 발바닥도 간질거리고...
그렇게 연방 셧터를 눌렀지요.
결과 항공사진보다도 더 좋은 사진을 건졌지요.
워낙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고...

더위가 연일 계속될것같기에 보내니 컴퓨터 메인바탕에 깔아놓고 드려다보며 시간보내시기 바래요.
아주 시원할겁니다.

 

 

 

 

이글은 제가 소렌토에서 촬영한 사진을 친구에게 보내며 쓴 글입니다.

E Mail로 보낸 편지를 그 친구가 자신의 카페에 올렸는데 무척 많이 돌아 다니다가 우연히 저에게 다시 왔습니다

오래전에 쓴 글이라 반가워서 다시 제 블로그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