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여행자의 詩

붉은 기와, Firenze

Chris Yoon 2021. 10. 22. 02:23

Firenze

 

 

 

 

붉은 기와              송재학

 

 

피렌체의 지붕은 붉은 기와,

죄다 붉은색이니까 색감이 흐려져서 흰색의 얼룩이 생긴다

붉은색은 홍채의 북채색이다

석조 건물에 박혀 차츰 희미해지는,

햇빛이 쏘아올린 화살촉 일부는 아직 파르르 떨고있다

그런 건물은 3층까지 어둡다

햇빛 때문에 길이 더 좁장해진 거와 다르지 않다

가령 바닥도 돌인 골목길을 몇 시간쯤 걸었다면

햇빛을 짓이긴 발바닥은 부르트는데,

그런 싸움의 흔적이다.

햇빛과 싸우지 않으려면 햇빛처럼 강렬해야 한다면서도,

붉은 기와들은 종일 하품한다

게을러지기 위해 눈부신 햇빛 속에 가만히 있어본다

손톱에서부터 차츰 녹아가는 육체가 있고,

그건 내마음이나 또 무언가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니까 붉은 기와란건 햇빛에 바짝 구워진 고물상이다

 

 

 

 

 

피렌체에 갔던 적이 있다.

그 밝은 햇빛에 붉게 빛나는 기와지붕들을 무심코 내려다 본 적이 있다.

그 붉은 기와가 햇빛에 구워진 것이란 생각을 송재학시인은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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