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stria Hallstatt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III
Austria Hallstatt
마야코프스키의 방 이병일
램프 향기가 창의 커튼을 살짝 들치는 밤
나는 불가능의 꿈을 꾸는지 한잠도 못 잡니다
관자놀이를 꽉 눌러 두통의 혈을 지압합니다
먼 곳에서 바지를 입은 구름들이세상의 굉음들에게 경멸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억울하게 능멸 당했던 시간을 곱씹다 보면지루하고 질긴 살 거죽을 벗어 던질 수 있겠지요
당신은 시 한 구절이 정치를 깨트리는지 아십니까?
램프 불의 심지가 가물가물 사위어가는 동안,
나는 또 먼 미래로 캄캄히 떠내려 갈 거예요
북미의 지명을 수첩에 빼곡히 적고 있을 때
일광의 끝이 번쩍 빛나듯 지도책이 환해집니다
삐죽삐죽 우울한 활자 돋아있는 듯한 책갈피,
나는 그걸 흡혈하며 의미를 뒤늦게 알아차립니다
지금도 내 눈 밑은 점점 시꺼멓게 물들고
오래된 시대는 뜬 눈으로 내 영혼을 드나드는 거죠
나는 어제와 다를 바 없이
연필심으로 손목을 사소하게 그어보지만,
오래전 잃어버린 비명만이 입속을 맴돌 뿐
나는 차오른 달이 기울어지는 새벽까지
의지와 상관없이 책 속에 파묻혀 있을 거예요
얼굴 없는 혁명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미로의 흰빛을 좇아 이방인이 되는 것이지요
이제 혁명을 말하기엔 너무나 늦은 셈입니까?
오늘도 아무런 개연성도 없고
오류에 젖은 책들을 너무나 많이 읽은 탓에
이 세계는 돌연 저 혼자 고요하게 희미해집니다
당신의 하루가 조용히 들이닥칠 시간
죽음을 향해 떠나는 여행경로를 상상해 보시겠습니까?
————* 블라디미르 마야코프스키의 시집에서.
호숫가 산기슭, 조용하고 아늑한 주거 환경
할슈타트는 잘츠부르크를 경유해 열차로 이동한다.
잘츠부르크에서 온천휴양지인 바트이슐을 거쳐 할슈타트까지 열차가 다니며 버스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열차에서 내리면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마을 초입 Information Center에서 숙소 예약이 가능하다.
이 호수마을이 1997년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고,
마을의 역사가 BC 1만 2000년 전으로 아득하게 거슬러 올라가며
유럽의 초기철기문화가 이곳에서 발견됐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