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자가 홀린 낯 선 땅, Plague
지구별 여행자가 홀린 낯 선 땅, Plague
나무를 잘 다루는 사람이고 싶다가 한때는 돌을 잘 다루는 이 되고도 싶었는데
이젠 다 집어치우고 아주 넓은 등 하나를 가져 달도 착란도 내려놓고 기대봤으면
아주 넓고 얼얼한 등이 있어 가끔은 사원처럼 뒤돌아봐도 되겠다 싶은데
오래 울 양으로 강물 다 흘려보내고 손도 바람에 씻어 말리고
내 넓은 등짝에 얼굴을 묻고 한 삼백년 등이 다 닳도록 얼굴을 묻고
종이를 잊고 나무도 돌도 잊고 아주 넓은 등에 기대 한 시절 사람으로 태어나
한 사람에게 스민 전부를 잊을 수 있으면
- 아주 넓은 등이 있어 / 이병률 詩集 <바람의 사생활> 중에서
여행을 떠나오기전 몇 권의 책을 가방에 넣고왔다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책을 읽는다는게 가능한 얘기냐고?
순전히 '폼生폼死'가 아니냐?고 하겠지만
비행기 안에서, 그리고 장거리로 서너시간씩을 버스로 이동할때
다른 사람들이 여행지에서 쓴 글을 읽는다는 것은 또 다른 낯 선 여행지를 떠도는듯 좋았다
* 무라카미 하루끼의 <먼 북소리>
*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
* 문학가들이 여행을 하며 쓴 수필집 <낯 선 땅에 홀리다>
* 시인 이병률이 쓴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제목만 봐도 알것같은 여행지에서 쓴 글들이다.
그중 이병률 시집을 읽다가 가슴 저리게 다가오기에 소개해 본다
세상에 대한 희망도 많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포기하고 살며
한세월 보내고 떠도는 낯 선 여행길.
그 여행길의 골목에서 누군가 만나
서로 등을 보여주며 의지해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