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家 詩 VIIII :노스님과 사미승 - 림 성만
노스님과 사미승 림 성만
진달래꽃 붉으면 똑똑 따서 부처님께 올리며
물소리 졸졸졸 따라가다 잠드는 밤엔
빨래하는 어머니의 꿈을 꾸기도 하는 사미승
사람되는 공부로 푸르렀습니다.
노스님 한결같이 제 때에 뒷짐지고
마당을 빙빙 도시는 일 분명하셨는데
그 날은 닳고 닳은 고무신 발길에
작은 돌멩이 귀찮게 채이었습니다.
“보이는 마당을 제대로 청소 못한 종자야
고향을 향하여 삼천번 절 올리거라.”
노스님 말씀에 사미승 무릎에 멍이 들도록
부엉이 우는 밤 울면서 꼬박 새웠습니다.
그 뒤로부터는 무엇보다 먼저
싸리 빗자루 꼭 잡고 밥쌀 씻을때
뉘 골라내듯이 둥그런 마당을 쓸었습니다.
어느 날 추녀 끝에 걸린 가을이 시들무렵
이윽고 굵은 빗방울소리 문틈새로 들어와서
노스님 마음과 사미승 마음을 만지다가
두 밤을 지난 중간쯤에야 뒷산을 넘어갔습니다.
노스님 저녁 공양을 영락없이 비우시고
적적한 마당을 시원하게 돌으시려다
그만 번뇌속에 쏙 빠지시듯 검정 고무신 질퍽 빠지셨습니다.
“어허 이놈이 할일이 없으면 큰 절에 내려가
떡이나 먹고 올 것이지
그 많은 돌멩이 어디로 갖다 주었는고.”
노스님 하얀 눈썹 꼿꼿이 세우셨습니다.
사미승 세수하다 단숨에 뛰어와
하루에 한번씩 마당을 쓸다보니
흙이 더 많음이 오라고 맑게 아뢰옵고
합장한 채 또박또박 이어갔습니다.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 하나도 없느니라.
유정 무정 다 나름대로 제 몫을 하느니라.
할아버지처럼 일러주시지 않으셨나이까.”
사미승 의젓하게 여쭈었습니다.
노스님 “그랴 그랴” 기뻐하시면서 샘가로 가서
냉수 한 그릇 떠서들고 방으로 들어가셨고
옳게 쳐다보면 보인다는 그 별 어둡기 전에
살짝 빛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