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청호동 조도 - 이상국

Chris Yoon 2021. 10. 16. 07:54

 

 

청호동 조도                이상국

 

 

청호동 방파제 너머 떠다니는 섬이 있다는 걸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장화를 신은 채 청호동 사람들마저 잠들고
흥남이나 청진물이 속초물과 쓰린 속으로
새섬 근처에서 캄캄한 소주를 까다가 쓰러지면
북쪽으로 날아가는 새 섬을 사람들은 보지 못한다.


헐떡거리며 짐승처럼 날다 바다의 벽에
다치고 돌아와 죽은 듯이 잠드는
청호동 방파제 너머 새섬을 사람들은 모른다.
청호동 사람들의 동해 밑바닥 국적없는 고기를 잡거나
모래위에 집짓고 아이들을 낳는 사실을
믿거나 믿지 않는 건 무서운 일이다.

나룻배 끊기면 흐르는 땅 모래 껴앉고 아바이들 잠드는
청호동 방파제 너머 이남 물과 이북 물이
야 이 간나이 새끼 마이 늙었구만 하며
공개적으로 억세게 무너지면
동해속으로 사라질 청호동은 잠시 객지일 뿐이고
분명히 객지여야 한다.

청호동 방파제 너머 청호동 사람들의
흐르는 섬이 있다는 걸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청호동에 가면 해가 짧다.

저녁무렵, 국밥 한 그릇 사먹고 나면 어느새 밤이 깊어간다
갈매기소리만큼 억센 사투리마저 들리지않고 모두 곤히 잠든 밤,
고단하고 남루했던 하루가 묻히는 시간이다

이런 밤이오면 나는 청호동 부둣가에 앉아 새벽이 오도록 밤포구를 본다

하나, 둘 ... 닫히는 선술집의 외설스러운 유리창문들,

일렁이는 밤바다에 잠겨 희미하게 꺼져가는 포구의 불빛,

갯배가 잔물결에 조금씩 조금씩 흔들리며 우는것을 보고있다

그래, 결국 모두 잠들었다

이렇게 모두들 잠들기 위해 낮에는 그렇게들 힘겨웁게 바뻤나보다.

7월이 간다.

모두들 힘들었던 7월이었다.

분명 내일은 오늘보다 나으리라는 희망을 갖자.

 

 

 

- 7월의 마지막날에,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