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나는 외로웠다 - 이정하

Chris Yoon 2021. 10. 16. 07:27

 

 

나는 외로웠다 - 이정하

바람 속에 온 몸을 맡긴 한 잎 나뭇잎
때로 무참히 흔들릴 때
구겨지고 찢겨지는 아픔보다
나를 더 못견디게 하는 것은
나 혼자만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외로움이었다

어두워야 눈을 뜬다
때로 그 밝은 태양은
내게 얼마나 참혹한가

나는 외로웠다
어쩌다 외로운 게 아니라
한순간도 빠짐없이 외로웠다

그렇지만 이건 알아다오
외로워서 너를 사랑한 건 아니라는 것

 

 

 

AM.

이른 새벽부터 카톡(kakao talk)신호음이 연달아 울린다.

생일을 축하한다는 문자 메시지들.

한 편으로는 감사하고 고맙지만 한 편으로는 이것도 모두 쓸데없는 정신적인 공해다.

사람이 외로울땐 그냥 내버려둬야한다.

울고싶을땐 혼자 울게 둬야 정화(淨化)되는게 아닐까.

그동안 살아오면서 생일이라고해서 언제부터 이렇게 지인들로부터 축하를 받고 호사를 누렸던가.

전쟁후의 세대라서 생일날이라야 변변한 생일상 한번도 못 얻어 먹었고

학생시절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생일을 그저 굶지않고 지내면 다행이었다.

그 후, 나는 생일이면 언제나 여행을 떠났다.

길 위에서 생일을 지내며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며 이 세상과의 관계맺음을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생일에 특별히 비위가 상한 이유가 따로있다.

이틀전 국세청에서 통보가 날아왔다.

혹시하면서 내심 걱정은 했지만 설마가 사람잡는다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신고를 하란다.

나는 그동안 재건축을 하면서 이주비 60%남짓을 받고 근처에서는 도저히 전셋집을 못 구해서

변두리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이사비용을 빼고나니 얼마간 돈이 남아서 다시 재입주 할때까지 장기 저축을 들었다.

그리고 푼푼히 모아놓았던 여유자금도 재입주 할때를 생각해서 함께 넣어놓았다.

그랬더니 코로나시대에 아무것도 안되는데 주식만 올라서 약간의 이자가 붙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이라는 구실로 금융소득세를 내라니...

그렇다면 갖고있는 것, 무엇이던지 또 해약을 해야한다.

이런 빌어먹을 정부가 있나?

나이가 들어 아무런 소득이 없는데 아파트 재건축 재입주를 위해서 장기로 들어놓은 상품의 복리이자를 금융소득이라니..

그렇다면 다시 임대계약을 하는데 껑충 뛰어오른 아파트 전세금이며 의료보험비며 종합부동산세는 자꾸 오르기만하고 정년퇴직 노인들에게 이 정부는 무슨 혜택을 주었단 말인가.

이건 안될 말이다.

 

Chris Yoon

 

 

 

PM.

하루가 무척이나 어지러웠다.

해당 구청으로, 세무서로 빗속을 걸어다니며 일을 매듭짓고저 애쓰고 다녔다.

역시 세상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이루어진다.

직원들은 모두 친절했다. 나의 이야기를 듣고나서 이해가 간다면서 친절하게 서류를 복사해줬다.

세상에 존재하는 신세대들은 모두 착하고 순수하다.

나는 이들에게 꼰대짓을 하기싫다.

1:1로 그들과 동등하게 이야기나누면서 일을 처리하고 싶다.

강제로 권위를 내세워서 임명을 하고 싫다는 것을 강요하고 특권을 누린다는 것은 못 된 짓이다

이 나라의 정권은 지금 문제적으로 치닫고있다.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비를 은행에 넣었다 뺀것인데 이자소득, 배당소득으로 금융소득이라는 명칭으로 종합과세라니...

가득이나 40년 가까이 살던 집을 비워주고 피난온 기분으로 불편함을 고수하며 지내는데.

그렇다고 과거 몇년동안 주식이 곤두박질쳤을때 정부에서는 보호를 해주었던가?

지난 1년간 코로나로 인해 모든 나라의 경제가 흔들리고 소상공인들의 형편이 최저치일때

은행이자는 곤두박질을 치고 해외증권시장의 영향으로 겨우 국내증시도 따라간것 뿐인데

그 알량한 것을 금융소득이라고 세금을 물리다니...

부동산 투기로 미리 정보를 빼내어 거액융자를 받아 대량의 토지를 매입하고 시세차익을 내고 신도시가 생겨나길 기다리는 국가의 좀도둑들은, 또 임기만료후 시골에서 거주하겠다며 몇 천평의 대지를 매입하고 용도변경까지 해놓은 사람은 어떡하고 선량한 시민들에게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금융소득세, 양도세, 종합과세... 허울좋은 명칭으로 세금의 비중만 높이다니.

이 나라의 고위권들이 젊은이들의 순수한 생각과 올바른 양심을 반만이라도 따라줬으면.

 

서류일을 보는 동안 계속 카톡(kakao talk)은 들어왔다.

틈날때마다 열어보니 생일축하한다는 카드와 커피, 케익 교환권이 들어온다.

점심도 거르며 일을보러 다니다보니 어지러워 길가의 스타벅스로 들어가서 교환권으로 케익과 커피를 주문하여 나혼자 생일파티를 했다. 그러면서 일일이 감사의 답장을 보냈다.

세상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다. 그래서 '나는', '우리는' 존재한다.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