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꽃 - 권재효
2019. 11. 28.
서부관광도로를 가다가 눈처럼 하얀 바다를 보았다.
지도에도 없는 이 바다는 중심부에서 가장자리로
끝없이 물결을 밀어내고 있었다.
나의 차도 물결에 휩쓸렸다.
나의 차는 작은 잠수함이 되어 바다 속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었다.
신비한 음악 소리가 들리고 봄부터 가을까지 쏟아진
햇빛과 별빛이 고운 모래로 쌓여 현란하게 반짝이고 있었다.나는 바람의 집을 보았다.
큰 동굴 속에 바람은 살고 있었다.
암만해도 내가 그 집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벌떼처럼 달려나온 바람이 순식간에 온 천지를
춤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 곳을 빠져 나왔는지 모른다.
그 곳이 바로 이어도였을까?
몽롱한 눈으로 중얼거리고 있었다.
권재효 - 억새꽃
윗 詩는 내가 좋아하는 詩이다
어느 날, 내 블로그에 이 詩를 쓴 시인이 들어와
이 페이지를 카피해 가고 싶다며 자신의 詩를 빛내주어 고맙다는 인사를 남겼다.
그 후, 나는 시인과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숱하게 전화통화를 하였다.
그가 제주도에 살고있는 권재효 시인이었다.
그를 알고나서 두 해가 지난 어느 봄 날,
그는 나를 만나고싶다며 서울로 와서 전화를 하겠노라고 만나자는 날자를 잡았다
그러나 그 날,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는 오지않았다.
'에이.. 싱거운 사람..."
몇 일후, 나는 그의 부인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그는 나를 만나러 나오다가 현관에서 쓰러졌다는 것이다.
사망원인은 뇌경색이었다.
어이없는 일을 당하고 나는 한동안 멍하니 그와 만나려던
서울 역삼동 빌딩의 가로수아래 서있었다
그리고 다시 가을이 왔다.
나는 아직도 내게 남아있는 그의 블로그와 詩를 지워내지 못하고 있다.
블로그는 더 이상 그의 글이, 그의 詩가 올라오지 않고 멈춰져 있다.
그러나 차마 그의 블로그를 지워버리지 못하고
가을만 되면 바닷가를 떠돌며 그가 쓴 윗 詩, '억새꽃'을 되뇌인다.
그는 어디로 갔을까?
그의 詩처럼 아무도 모르는 바다, 어느 해안선을 따라 갔을까?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