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여행자의 詩

장도열차 - 이병률

Chris Yoon 2021. 10. 15. 10:24

 

 

 

장도열차                     이병률

 

이번 어느 가을날,
저는 열차를 타고
당신이 사는 델 지나친다고
편지를 띄웠습니다

5시 59분에 도착하였다가
6시 14분에 발차합니다

하지만 플랫폼에 나오지 않았더군요
당신을 찾느라 차창 밖으로 목을 뺀 십오 분 사이
겨울이 왔고
가을은 저물 대로 저물어
지상의 바닥까지 어둑어둑했습니다

 

 

 

 

◇시인의 말


장도열차를 탄 지 이틀 만에 중국 란쩌우(蘭州)에 내렸다.

기차에서 만난 인연은 다음 날, 란쩌우 역을 지나기로 되어 있었다.

대합실로 들어가 열차 시각표를 봤다.

시간에 맞춰 그를 만나기 위해 플랫홈에 나갈 것인가,

아니면 15분이란 시간 속으로나 들어가 혼자 기웃거려야 할 것인가.

마음에 칼날이 스쳐 지나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영원히 닿지 못할 인연.

국민일보 2002.10.17

 

 

 

* 오늘부터 구정명절 연휴가 시작됩니다.

빠른 분들은 벌써 고향으로 가계신 분들도 계시겠죠.

요즘에는 교통상황이 좋아 My Car, 혹은 KTX로 편히 가시지만

30년전만해도 고향가는 기차표를 사지 못해 귀향전쟁을 치루었었죠.

윗 시를 읽다보니 그 시절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모두 정다운 사람들과 만나 행복한 명절 보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