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중에서 '누' - 이병률

Chris Yoon 2021. 10. 15. 08:52

2017. 11. 14.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

 

늦은 밤 쓰레기를 뒤지던 사람과 마주친 적 있다
그의 손은 비닐을 뒤적이다 멈추었지만
그의 몸 뒤편에 밝은 불빛이 비쳐들었으므로
아뿔싸 그의 허기에 들킨 건 나였다
......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쳤을 때도 그랬다
......
이럴 땐 눈이 눈에게 말을 걸면 안 되는 심사인데도
자꾸 아는 척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처럼
내 눈은 오래도록 그 눈들을 따라가고 있다
또 한번 세상에 신세를 지고야 말았다 싶게
깊은 밤 쓰레기 자루를 뒤지던 눈과
사랑을 하러 가는 눈과 마주친 적 있다

- 이병률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한다'중에서 '누(累)'

* '누(累) / 우리는 가끔씩 타인에게 '누를 끼쳤다'고 말한다
'누(累)란? 내 잘못으로 말미암아 남이 받게되는 정신적인 괴로움이나 물질적인 손해를 뜻한다.


몇 해전, 지방의 어느 카페에서 늦은 시간을 보낸적이 있다.
그때 벽에 걸린 그림이 눈에 들어왔다.
한 젊은화가가 카페를 빌어서 전시를 하는 중이었는데 아무튼, 그림 한 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 그림을 보면서 문득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이병률시인은 배가 고파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허기진 사람의 눈빛을 보았다.
그것은 바로 사랑을 찾아나서는 간절한 눈빛이었다고 느꼈다.
가장 갈구하는 것을 얻기 위한 몸짓이 드러났을 때 사람은 서치라이트에 갑자기 노출된 노루처럼 경직되고 만다.
시인도,... 그리고 나도...

Chris Yoon

 

 

 

 

 




Saltillo - A Necessary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