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umn Life II
11월도 이제 마지막 장을 덮을때가 되었다.
노란색의 향연, 붉은 색의 향연... 우리는 그래도 하루밤만 지나고나면 훌쩍 몰라보게 잎을 떨구고난 헬쓱한 나무들과
바람이 불면 난무하며 떨어지는 낙엽들속에 행복을 느꼈다.
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질때 우리는 인생의 허무를 느낀다고 했다.
정신없이 아프고 죽음이 가까이 왔다고 생각해보라. 허무를 느낄 틈이 어디 있는가!
저 무성하던 잎이 진 나무들을 보아라.
얼마나 쓸쓸한가!
그래도 나무들은 쓸쓸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마지막 한 잎마저 다 떨어져도 그대로 서있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는듯하다.
마치 모두 떠날곳으로 떠나보내고 혼자남은 노인같지않은가!
노인은 그래도 외로움을, 쓸쓸함을 내색하지않는다.
그러나 새벽녁이면 혼자 일어나 앉아 눈물짓는다.
몸이 아파서 울고, 흘러간 젊은날들이 어렴풋이 떠올라서 울고, 떠나간 것들이 못내 보고싶어서 운다.
이런 모습이 새로운 노인의 모습이다.
지난 11월 15일 혼자서 차를 운전하여 병원 입원실을 정하고 정오에 골수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모래주머니를 눌러주며 주사약을 흘려넣으며 8시간의 안정을 취한후. 병원이 문을 닫은후 비상입퇴원실을 이용해 퇴원을 한후, 혼자서 차를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와서 잠자리에 누우니 밖에는 이윽고 천둥이 크게 울며 몰려다니고 비가 쏟아진다.
노인들은 위험을 무릎쓰고 혼자다니며 외로움도 견뎌내야하고 자신의 일을 자신이 해결해야한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새로운 트랜드의 노인이 되었을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세상이 변하면 나도 그만큼 외롭고 냉정해져야한다.
2022.11.15. 골수검사를마치고 돌아와서
- Chris Yoon
아침에 일어나니 안개가 짙다.
한치앞도 안보인다.
사람이 나무 뒤에 숨는 것과 안개 속에 숨는 것은 다르다
나무 뒤에선 인기척과 함께 곧 들키고 말지만
안개 속에서는 가까이 있어도 그 가까움은 안개에 가려지고
멀리 있어도 그 거리는 안개에 채워진다
산다는 것도 그러한 것,
때로 우리는 서로 가까이 있음을 견디지 못하고
때로는 멀어져 감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안개는 언제까지 우리 곁에 머무를 수 없는 것
시간이 가면 안개는 걷히고 우리는 나무들처럼
적당한 간격으로 서서 서로를 바라본다
언제 안개가 끼었었냐는듯 날이 화창하다.
옛부터 그랬다. 그래서 촬영스케쥴이 있는 날, 안개가 끼면 날씨 걱정을 안하고 야외로 나갔었다.
아침마다 하루의 에너지를 연결해줄 아침식사를 선택하는 것도 큰 고민이다.
막상 냉장고를 열어도 먹을 만한 것이 없다.
배달된 즉석국밥 종류들, 만두, 강원도 감자떡, 결국 롤케익 한 줄과 우유 한 잔으로 결정을 보고 하루를 시작한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하루종일 이야기도 혼자 나누고, 혼자 커피를 내려마시고, 컴퓨터를 열어 옛추억을 정리하다가, 잠깐 졸린 눈을 감고 머리를 쉬어야하는 노인의 생활.
음악을 듣기위해 심취해있다가도 어느새 깜빡졸고있다.
스마트폰을 들고 검색을 하느라 앉아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도 어느새 깜빡 졸면서 스마트 폰을 떨어뜨린다.
그러면서 내 자신도 깜짝 놀란다.
이런 삶을 살면서 무슨 생각을 더해야하리.
더 많은, 다른 욕심을 내는것도 무리다.
현재의 삶을 만족스럽게 받아드려 알뜰하게 남은 여생을 즐겨야한다.
힘들다. 시시각각 변해들어오는 나의 퇴보되는 생활을 받아드리고 인정해야하는 것도.
오늘이 11월 30일, 11월의 마지막날이고 내일부터는 12월이다.
내일부터는 더 혹독하게 추워지고, 어딘가로 파고들면서 동면하는 동물처럼 숨고싶지않을까?
이번 겨울을 잘 견뎌야한다.
아무래도 겨울은 사고가 많은 계절이고 모든 사고는 노인들에게 찾아온다.
- 2022. 11. 29.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나오면 멀리 남한산성으로 부터 출발하여 바로 베란다앞 메타세콰이어 나무까지 겨울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메타세콰이어 나무가 붉은빛을 띄우다못해 이젠 갈색으로 퇴색을 합니다.
요즘은 눈에 보이는 것마다 슬프게 보이는 것들 뿐입니다.
데이빗다링의 낮은 첼로소리와 초겨울 아침에 보이는 풍경들은 무척이나 잘 어울립니다.
모두들 열심히 살면서 아파하고, 치료를 받고,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들이 눈에 훤하게 들어옵니다.
우선 몸이 약해지지않을 정도로 에너지를 공급해줘야지요.
그래서 아침부터 주문한 물건들을 현관문을 열고 들여놓고 포장지를 풀고 냉장고에 넣습니다,
천안 호두과자, 군산 단팥빵, 마카롱,... 위급을 넘기기로는 좋은 식품들입니다.
초겨울입니다. 아무거나 잘 드시고 아프지마십시요.
- 2022.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