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獨白

7월의 시작

Chris Yoon 2022. 7. 1. 00:37

 

 

그 여름 절망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Poem / 이성복의 <그 여름의 끝>에서 (문학과 지성사 1990년 발행)

Photo / 담양 소쇄원에서

 

 

 

 

 

마치 하늘에서 물을 쏟아붓는듯 장마비가 내리는 7월의 첫날이다.

병원엘 가야하는데 고맙게도 해월당 이상원이 이천에서부터 차를 운전하여 와서 병원치료를 마쳤다.

항암치료를 거의 끝내가면서 면역력저하로 대상포진이 오더니 우측 골반부터 무릎까지 통증이 시작되며 뼈를 깎아내는듯한 고통이 시작되고 수두가 생겨나고 방광에 소변이 가득차서 터질지경인데 소변 배출을 하는 기관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 대상포진의 주된 원인은 (세포 매개성) 고령, 면역 저하제 사용, 이식, 에이즈 등으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인데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가 증식하여 신경을 따라 피부로 다시 나오면서 대상포진이 발생한다. 암, 에이즈,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이식 후 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거나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경우에 면역력이 감소할 수 있다. 이외에 질병, 사고, 스트레스 등으로 몸의 면역력이 약해져 대상포진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상포진이 이토록 무서운 질병인줄 몰랐었다.

그동안 제 기능을 못하는 방광에 고무호스를 꽂아 소변을 빼냈었다.

오늘로서 초음파검사를 하고 호스를 제거했다.

 

돌아오는 길, 해월당 상원이 운전을 하여 올림픽공원을 지나오는데 목백일홍이 빗속에 많이 피었다.

아! 목백일홍... 몇 십년을 산책길에 지나쳐다니며 쌓아왔던 추억들.

담양 소쇄원에 갔을때도 이 베롱나무가 많아서 한층 그 풍광을 돗보이게 만들었었다.

지나간 추억은 언제나 아름답다.

특히 죽음을 경험하고 난후의 나이든 노인들에게는...

 

이제 아프지말자.

그 여름 한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는 목백일홍처럼.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나의 절망을 끝내버리자.

 

 

'베롱나무꽃'이라고도 부르는 이 나무의 학명은 Fraxinus rhynchophylla Hance이며 관상용으로 부처꽃과(Lythraceae)에 속한다.

꽃은 7월부터 개화를 시작하여 여름이 거의 다 가는 9월까지 홍자색으로 핀다.

그렇게 오랫동안 100일을 간다하여 우리선조들은 목백일홍(木百日紅)이라 불렀다.

요즘에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옛날에는 양반댁의 정원이나 서원에 심어 그 풍류를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