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 임영준
6월 임영준
언제쯤 철이 들까
언제쯤 눈에 찰까
하는 짓이 내내 여리고 순한
열댓 살 적 철부지 아들만 같던
계절은 어느새 저렇게 자라
검푸른 어깨를 으스대는가
제법 무성해진 체모를 일렁거리며
더러는 과격한 몸짓으로
지상을 푸르게 제압하는
6월의 들녘에 서면
나는 그저 반갑고 고마울 따름
가슴속 기우(杞憂)를 이제 지운다
뜨거운 생성의 피가 들끓어
목소리도 싱그러운 변성기
저 당당한 6월 하늘 아래 서면
나도 문득 퍼렇게 질려
살아서 숨쉬는 것조차
자꾸만 면구스런 생각이 든다
죄지은 일도 없이
무조건 용서를 빌고 싶은
6월엔.
그 낙원에서, 나 살고 있다
6월이 오면서 창문앞에 서있는 메타세콰이어 나무에 잎이 많이 무성해졌다.
푸른 가지들이 바람이 불적마다 흐느적거리며 온몸을 흔든다.
책을 읽기위해 등이 편한 의자를 놓고 앉아있으면 책은 안읽히고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만 보인다.
제법 무성해진 체모를 일렁거리며 더러는 과격한 몸짓으로 지상을 푸르게 제압하는 6월.... 시인은 어쩌면 그리도 표현을 잘 했을까?
보고있노라면 정말 가지가 흔들릴때마다 푸른잎들은 아주 건강한 열일곱살 아이의 무성한 체모가 일렁거리는듯하다.
나도 그런때가 있었다,
내 열일곱살... 참으로 싱싱하고, 아름답고, 건강이 넘쳤었다.
언제나 운동화속의 발은 땀이나서 축축하게 젖어있었고 겨드랑이에서는 황토흙에 내린 소나기 냄새가 났다.
6월이 그런 달이 아닐까?
지금쯤 양평에는 전나무숲이 우거진 산골짜기로 비구름이 자욱하게 머물렀다 흘러갈것이다.
모든것들이 그립다. 검푸른 산과 들, 들녁에 무리지어 피어난 개망초와 양귀비꽃들,
비를 몰고다니는 구름들, 차를 몰고 강원도 영월을 지나 설악을 넘으면 폭풍치는 바다,
6월엔 좀 더 건강해져서 강원도 영월로, 삼척으로, 묵호로, 울릉도로, 독도까지 갔던 몇 해전, 그 옛날로 돌아갔으면.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