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항암치료 2차 도전기(My chemotherapy story) IX
2022.1.19. 2차 항암치료를 두번째 받기위해 코로나 검사와 채혈, X-Lay 촬영을 마치고
2022.1. 20.에 송헌호교수의 진료실로 찾아가 진료를 했다.
그는 차분하게 두 대의 컴퓨터 모니터에 지난번(2022. 1. 12.)의 X-Lay와 또 한쪽으로는 어제 촬영한 것을 비교판독하며 이야기했다.
- 혈소판, 적혈구. 모두 정상치입니다. 빈혈도 없구요. 그리고 폐(허파)사진도 한 쪽은 정상치로 돌아왔습니다.
보십시요. 지난번 것은 밑에 모양이 동그랗게 되어있는데 이번것은 뾰죽하게 정상으로 되어있습니다.
나머지 한쪽도 좀 더 모양이 형성되었구요.
그랬다. 내가봐도 물이차서 숨을 가쁘게했던 나의 폐는 한쪽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또 한 쪽도 정상을 찾아가는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심한 숨가쁨 현상과 호흡곤란이 거의 없어졌다.
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담당의사를 믿고 그에게 모든 걸 맡기세요.'라는 확신을 심어주고싶다.
진료를 받고도 의심이 풀리지않아 다른 병원으로 가서 또 진료를 받아보고, 심지어는 귀가 얇아져서 다른 사람들이 치료를 받고 나았다는 거짓정보에 넘어가 chemotherapy가 아닌 비허가 단체나 심지어 다른 종교의 힘을 빌어 고치겠다고 무술(巫術)의 세계로 빠져드는 경우도 있다. 매우 위험한 발상들이다.
환자가 '담당의사를 믿고 그에게 모든 걸 맡기기 위해서는'는 의사도, 환자도 서로 신뢰와 믿음이 없어서는 안된다.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야한다.
나는 송헌호교수와 알게되어 그의 진료와 치료를 받게된후, 해갈이를 하면서 자연스레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낯설고 조심스럽던 그의 모든게 좋아보이고 옳고 빠른 판단력으로 해결을 해나가는 이제는 나이가 든 현명한 고목처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눈이 내린날 새벽, 올림픽공원을 나갔다가 설해목(雪害木)들을 보았다.
모두 눈덮인 가지가 무거워 힘든듯 서있었다. 그러나 서로를 의지하듯 굳건히 서서 가지의 눈을 털고 일어서기를 기다리며 아래에 있는 어린 나무들을 보호하며 서있었다.
이제 나도 설해목이고 송헌호교수도 설해목이 되었다.
송헌호교수도 의사이기 이전에 이세상에 존재하는 나와 똑같은 설해목같은 생명체, 인간이다.
그는 얼마전 허리협착으로인해 힘든 모습으로 회진을 돌며 나의 침대를 짚고서있는 모습을 보였으며 이튿날 자신도 입원을 하였던 적이 있다.
어제도 백내장수술을 하여 한쪽눈에 안대를하고 나의 진료를 했다.
모진 한 세상을 보내고 서로 의지하며 서로를 보살펴주며 서있는 눈덮인 벌판의 설해목같은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제 벨케이트와 스테로이드 주사치료법으로 항암치료를 여섯번 끝냈다.
항암 2차 치료의 반을 해냈다.
내가 느끼기에도 확연히 병세가 좋아졌다.
숨이 차는 현상도 거의 완화되고, 단백뇨도 조금은 줄어든듯하고, 호홉곤난도 없어졌다.
항암치료를 하면서 벨케이트의 부작용도 나타난다. 나라고 피할 수 없는 현상들이다.
헬슥하게 빠진 몰골, 가늘어진 목과 팔, 허벅지등. 검게 피어오르는 얼굴색, 피부의 가려움증, 그리고 파충류의 껍질처럼 거칠게 변하는 피부, 탈모현상...
그러나 나는 항암치료를 받고 병원문을 나설때마다 희망을 갖는다.
어제도 송헌호교수의 진료를 받으며 이야기했다.
- 선생님, 올해는 암세포를 모두 몰아내고 꼭 남미여행을 떠나겠습니다.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