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Life story

나의 항암치료 2차 도전기(My chemotherapy story) VIII / 눈길

Chris Yoon 2022. 1. 21. 07:37

 

눈 내린 아침,

마애불을 찾아 길을 나섰다

얼마쯤 가다보니 반달이가 눈길을 헤치며 따라온다

길 따라 마음은 가지 않고 산속 어디쯤 시선이 머문다
높은 곳,
항상 더 높은 곳으로 향하는 마음

분명 그 곳에 마애불이 있을것 같다
마음속에서는 조용히 자세를 낮추고 죽은 듯 살다

이세상 떠나거든 산을 내려가라는 소리가 바람처럼 들린다

어느 법사가 보았다는 마애불
이곳 산에 들어와 마애불을 찾아다닌 삼십년

그러나 마애불은 나타나지 않았다

 

살아도 죽은 듯 살다보면
눈 깊어지고 마음 또한 깊어져

죽어도 앉아 죽는 다더니

내 나이 어느새 지천명이며
머리는 희여지고 마음은 둥글어지며
낮은데로 내려가 사랑하라는 아득한 깨우침 들리기 시작했다

 

그날, 눈길 헤치며 돌아오다 쓰러진날

바람속에 낮은 목소리 가슴에 들렸다

'네가 바로 마애불이다'...

 

 

 

 

눈이 내렸다.

병원으로가서 코로나검사와 채혈, X-Lay를 촬영하는 날.

조심조심 눈이 내리는 거리를 걸어 병원으로 가서 모든 진료준비를하고 돌아오는 길. 눈이 제법 쌓였다.

나무에 핀 눈꽃들이 아름답다.

 

입원을 하기위해 몇가지 준비를 했다.

간단히 요기를할 떡 한 팩, 귤 한 상자,

귤 상자를 들고오면서도 주차장에 세워둔 차윈도우에 쌓인 눈들이 마치 눈내린 숲을 보는듯 아름답게 느껴진다.

언젠가 눈 덮인 숲을 멀리서 볼때 저렇게 보였다.

항암치료를 받으려 입원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돌아가는 길, 눈쌓인 풍경에 한눈을 팔다니...

그렇다. 한평생을 그렇게 마애불을 찾듯이 살아오다가 나이 일흔에 사형선고같은 암진단을 받고

얼마를 더 살지, 그 생명을 연장시키기위해 이토록 애를 쓰면서 이제야 스스로 마애불이 된듯하다.

 

 

 - Photo, Copy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