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Life story

This is my Life

Chris Yoon 2021. 12. 31. 13:19

춥다.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영하 10도의 추위는 모든걸 얼어붙게 만들었다.

한 해의 끝자락. 항암치료를 하느라 병원출입을 제외하곤 바깥출입을 안하고 살아서인지 요즘에는 세상소식을 모른다.

그래도 오늘이 한 해의 끝자락, 한 해의 마지막날이라는건 알고있다.

나는 조용히 사유(思惟)에 잠긴다.

혼자 죽는다는건 슬픈일이다.

누군가 임종도 지켜주지않는 곳에서 혼자 쓸쓸히 죽어간다는것...

그러나 어쩌랴! 지금까지 혼자서 세상을 헤쳐나가며 살아내는 복은 타고났어도 남들처럼 식구들 많이 거느리고 후손들 보는 재미에 흠뻑빠져 사는 복은 타고나지 못한 것을.

 

나만 그렇다. 내 위로 열두살 위이신 형님은 아들만 셋을 두시어 큰 일이 있으면 아들들 셋을 앞세우고 늠늠한 아들들과 함께 일을 처리하시고 위로 누님들도 자녀들을 셋씩 두시어 사위, 손주까지 합치며 대가족을 이루셨다.

매형들의 상을 당했을때도 그 자녀들, 손자 손녀들이 보기좋게 어울려다니며 큰 일을 마쳤고 누님들은 뒷전에서 안상주 노릇만 정결하게 하셨다.

그러나 어린시절부터 함께 뒤섞이고 어울려 자라기를 싫어했고 네것, 내것을 분명히 가리기를 좋아했던 나는 자손도 하나밖에 안두었고 이녀석,저녀석 두루 살피며 각자의 습성과 성향을 파악할 필요도 없이 오로지 하나에만 모든걸 쏟았다. 그것이 큰 불행의 씨앗이 될줄이야...!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아이는 오피스텔을 얻어 나가버리고 오피스텔을 드나들던 근본도 없는 여자아이를 만나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일을 저질르고 하루하루 대책없이 살아가며 온당치못한 요행과 남의 것에 대한 탐욕에만 눈이 어두워 예의와 도리를 모르고  찌들어서 인성이 야비하게 바뀐 못된 집안에 발목을 잡혀 살림을 차리고 이를 만류하며 수습하려는 나에게 욕설을 퍼붓고 대대로 양반후손으로 내려오는 우리집안에 악담을 퍼붓고 뛰쳐나가 나하고는 영영 인연이 끊겨버렸다.

 

오래전, 해외에 머무르면서 주인집에서 기르는 개를 데리고 산책을 다녔던 일이 있다.

개는 주인보다 나를 더 따르게되었고 나는 귀국날자가 다가올수록 '이 녀석을 어떻게 두고가나...' 늘 걱정이 되었다.

- 개는 죽을때가되면 주인의 품을 떠나서 아무도 모르는곳에 가서 죽는다오.

주인댁 부부는 대대로 길러오던 개의 습성에 대하여 이야기 해주었다.

그렇다. 어느 탐험가가 동굴을 발견하고 들어가보니 코끼리의 상아가 가득찬 동굴이었다한다.

코끼리들도 죽을때가 되면 자신들만이 아는 은닉된 장소로가서 죽음의 순간을 택했던 것이다.

 

나는 현재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과연 내가 몇 년이나 더 살지 의문이다.

아무리 현대의학이 발전하고 송헌호교수가 치료를 잘 해준다해도 내일의 일은 아무도 모른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내일은 무슨 일이 터질지모른다'는 진리를 일흔이 넘고서야 터득했다.

그것은 내자신도 어쩔 수 없는 일들이다.

 

나는 가만이 눈을감고 여태까지 다녀본 여행지중에 내가 눈을감고 떠날곳을 생각해본다.

관광지의 호텔이나 민가는 싫다. 나로인해 그 집은 낭패를 당하기 때문이다.

풍광이 아름다운 산이나 바닷가도 싫다. 곧 나는 부패되고 벌래들이 모여들게 될것이다.

 

내가 평소 마련한 꽃과 나무들이 울창한 마당이 있는 집에서 누군가 나의 임종을 지켜주고

내가 떠난후, 한 줌의 재로 만들어 내가 살던 집 마당 나무아래 나를 묻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더 욕심을 부린다면 해마다 샤스타데이지나 개양귀비꽃을 한 무더기씩 심어주며 나를 잊지말고 기억해 주었으면...

 

 

- 2021년의  마지막날, 12월 31일에.

 

 

 

 

 

After Death (죽음에 관한 詩들)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

누구에게도 부탁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얻고자 하는것은 이 세상에 없었기에

나는 이 세상에서 自然 다음으로 예술을 사랑했을 뿐이다

이제... 나는 두 손을 따스한 햇볕에 쬐고 있다

먼 길 떠날 준비가 되었으므로

 

 

 

 

 

 

 

'비에 젖은 4월이 젖은 머리칼을 흔들며

내 무덤위에 드리워진다 해도

나, 그때는 모른체 하겠네.

나는 평생 자연을 사랑했어.

그리고 그 다음으로 예술을 사랑했지. 그 뿐이야
나는 지금 마지막으로 내 두 손을

따뜻한 햇살에 쪼이고 있어

길 떠날 준비가 되었으므로.

이제 나는 그때의 너보다

더 차갑고 냉정해 지려고 애쓰고있어.'

 

 

 

 

 

 

 

After Death - Christina Rossetti

 

The curtains were half drawn, the floor was swept
And strewn with rushes, rosemary and may
Lay thick upon the bed on which I lay,
Where through the lattice ivy-shadows crept.
He leaned above me, thinking that I slept
And could not hear him; but I heard him say:
"Poor child, poor child:" and as he turned away
Came a deep silence, and I knew he wept.
He did not touch the shroud, or raise the fold
That hid my face, or take my hand in his,
Or ruffle the smooth pillows for my head:
He did not love me living; but once dead
He pitied me; and very sweet it is
To know he still is warm though I am cold.

 

 

 

나, 죽은 뒤 - 크리스티나 로세티

 

커튼이 반쯤 걷혀있고 청소한 마루에는 골풀이 뿌려져 있었다.

로즈메리와 산사나무꽃내가 누운 침대 위에 두텁게 깔려 있고 문창살로 담쟁이 그림자들 기어갔다.

그가 내 위에 몸을 구부렸다. 내가 잠들어 그의 말 듣지 못하는 줄 알았지만 내겐 그의 말이 들렸다.

"불쌍한 것, 불쌍한 것..." 그가 돌아서고 나자 깊은 침묵이 흘렀고, 나는 그가 우는 걸 알았다.

그는 수의를 만지거나 내 얼굴을 가린 천을 들어올리지 않았고 내 손을 쥐지도 않았으며 내 머리를 누인 반듯한 베개는 주름지지 않았다.

살아 있을 때 그는 날 사랑하지 않았다. 이제 죽고나니 나를 불쌍히 여겼다.

마음이 아주 좋다. 나는 차갑지만 그가 아직 따뜻한 걸 알게되니.

 

- Poem :: After Death - Christina Rossetti

 

 

 

 

윗 詩들은 내가 서울예고 3학년때

영어 선생님으로 부터 듣고 충격적으로 다가와 그대로 외워버렸던 영국작가들의 詩다

그동안 살기가 바뻤던 탓에 原語는 잊어버리고 번역분만 머릿속에 남았다

지금 다시 보니 무척이나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詩들이다

세상과 타협을 거부하고 혼자 살다가 가겠다는 저 단호한 결단!

당시 어린 예술가들을 양성해냈던 서울예고, 자유분방한 예술가의 감성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도록 교육을 시켰던 홍익미술대학에서 교육을 받았기에 한 평생 예술가의 감성으로 이 세상을 살다 갈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