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ward Story (11병동 이야기) XVI - '벨케이드'(Velcade) 부작용
퇴원을 한후, 집에서 몇일간 휴식을 취하고있다.
'벨케이드'(Velcade)와 그 부작용을 완화시키기 위한 '스테로이드' 정맥주사를 투여 [投與]하면서 이제 두번째 항암치료를 마쳤다.
병원에서의 생활은 인간을 나약하게 더 소극적이고 움츠러들게 만든다.
침대에 누워서 하는일없이 병원관계자들이 시간맞춰 첵크하는 혈당, 혈압, 체온을 재기위해 몸을 맡기고
때가되면 영양사가 계산한 저염, 맞춤 칼로리 식사를 받아서 침대에 앉아서 먹고 식사후엔 간호실에서 가져다준 약을 먹는다.
마치 새장에 갇힌 한 마리의 새와같다.
누워서 창문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지난날들을 떠올리고 자신의 쇠약해진 노년의 나날을 생각하게 만든다.
나는 그런것들이 싫어서 항암치료를 한후, 몸에 이상이 없으면 집에서 쉬고싶다고 송헌호교수께 제안을 드렸다.
다행히 송교수는 검진을 한후, 이상증세가 보이진 않는다면서 퇴원을 허락했다.
항암치료를 받기전, 경험자 혹은 수많은 지인들에게 항암치료 후유증에대한 조언을 많이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조언은 오히려 나에게 힘과 용기를 주기보다 불안과 겁에 질리게 했다.
그동안 '벨케이드'(Velcade)와 '스테로이드'를 쓰고 나에게 어떤 현상이 일어났나?
'스테로이드'를 쓰면 얼굴이 동그랗게 붓거나 고혈당이 오고 불면증이 온다고 했다.
보통 항암치료를 하면 식욕부진이 오고 속이 메시꺼우며 거식증에 걸릴 수도 있다고한다.
그랬다. 나는 처음 항암치료를 받고 나의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감지해내려고 조심스럽게 스스로 첵크를 했다.
약간의 빈혈증세, 그리고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듯한 손가락끝의 손저림 현상.
그래서 모든 행동을 조심스럽게 했다. 앉았다 일어날때도 될수록 천천이, 걸음도 천천이 걸었다.
그외 별다른 증세는 없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서 휴식을 취하면서 심한 식욕저하를 느꼈다.
아침에 일어나면 속이 메스껍고 식욕이 동하질않았다.
배가 고파서 뭘 좀 먹으려다가도 막상 식탁에 앉으면 거식현상이 일어나고 억지로라도 먹으려하면 속에서 받아드리지를않는다.
모든 음식의 향이 거부현상을 일으키게하면서 신경은 극도로 날카로워진다.
그러나 영양섭취를 안하면 체력저하가 오고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어있다.
무엇이던지 골고루 섭취를하여 항암치료를 받는동안 에너지를 공급해줘야한다.
그래서 나는 생각해냈다.
조리시간이 긴 음식은 만들지를 말아야한다.
무엇이던지 식욕이 당기는 음식이 떠오르면 래시피가 복잡하지않고 짧고 간단한 메뉴를 선택하도록한다.
예를들어 냉장고에 늘 준비되어있는 채소칸의 잎채소와 당호박을 약간 삶은것, 그리고 견과류등에 발사믹이나 드레싱을 버무려 먹는다던가, 데친 닭가슴살을 잘게 찢어서 양배추와 양파를 채썰어 섞어서 드레싱소스에 버무려먹는 등.
아니면 부종이 있을때는 부종을 내리는 방법으로 작은 당호박을 압력솥에 삶아서 밥과 함께 믹서에 곱게 갈은후
밤이나 잣, 팥, 콩 등 좋아하는 곡물과 섞어 죽을 끓여서 먹는 간단한 호박죽등 가리지말고 무엇이던지 섭취하는것이 좋다. 우유도 틈나는대로 마시는 것이 좋다. 우유가 비린냄새가 나고 싫다고 느껴진다면 우유와 함께 바나나를 한 개 같이 갈아서 바나나우유를 만들거나 커피를 진하게 내려 커피우유를 만들고 딸기, 불루베리 등을 함께 갈아 마시는 것도 좋다.
단, 녹차와 자몽, 비타민C가 첨가된 식품만은 피해야한다.
녹차와 자몽, 비타민C가 들어간 식품은 '벨케이드'(Velcade)가 종양세포내 달라 붙어야 하는 표적에 더 이상 결합하지 못하기 때문에 '벨케이드'효과를 떨어뜨린다고 한다.
그러나 귤, 오렌지, 살구 등 신맛이 강하여 식욕을 돋구는 과일들은 괜찮다.
뿐만 아니라 '벨케이드'(Velcade)와 '스테로이드' 치료는 불면증까지 동반해왔다.
나는 불면증으로 새벽 2시에서 3시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났다.
잠이 들었다가도 자동적으로 눈이 떠지며 긴장을 풀어놓았던 의식들이 돌아와 의식이 초롱초롱해졌다.
그럴땐 억지로 잠을 청하려 애쓰지않도록 했다.
나는 잠이 깬채로 누워있기가 갑갑하여 컴퓨터를 열고 사진정리를 하거나 글을 쓰다보면 훤하게 날이 밝았다.
차라리 이튿날 잠깐 낮잠을 자는것도 괜찮다.
세면을 하려고 거울을 보면 약간의 부종이있다.
얼굴이 붓고 눈꺼풀이 살짝 내려앉고 걸음을 걸을적마다 발등이 소복하게 부풀어올랐고 허벅지와 종아리가 무거워졌음을 느낀다. 갈수록 더 붓는다.
그리고 단백뇨도 나온다.
송헌호교수께 말씀드리니 항암치료가 진행되고 암세포가 줄어들면 자연스레 치료될것이라고 하면서 항암치료를 하는동안은 이뇨제같은 타약성분을 쓰지않는게 좋다고 한다.
힘들지만 호들갑스럽게 내색하지말고 인내하고 견디며 꾸준히 치료를 계속해야한다.
요즈음 거실에서 책을 읽다보면 하루에 한번씩 작은새가 날아와 창밖에서 유리창안을 들여다보며 기웃거리다 간다.
마치 나의 병문안 안부를 묻고가듯이...
언제부터였던가, 저 새는 내가 아파서 이병원 저병원을 전진하면서 病名을 찾지못하고 낙심하여 앉아 있을때부터 매일 날아왔었다.
저녁에는 후배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형, 아직 병원이세요?
지금 뭐하세요? 밖에는 첫눈이 내리고 있어요.
힘내세요. 제가 드릴 말씀은 그것 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 여행이 가능하다면, 같이 가요.
천천이 기다릴게요.'
아...! 그리운 시절들이여.
지난날들은 모두 아름다웠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살아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 Chris Y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