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참 따뜻한 세상 - 임동윤
Chris Yoon
2021. 10. 13. 08:21
보호수목이 된
느티나무 한 그루
아랫도리를
마냥 내주고 있다
바람이 들며
조금씩 벌어지는 속살
보이지 않는 틈을 비집고
들짐승 한 마리 매일 들어와 놀다간다
푸석거리고
쩍쩍 갈라지는 살을 부비며
흐벅지게 놀다간다
빗물에 눈보라에
오래 담금질한 것들,
비로소 썩어야
한껏
몸을 내주는 것이다
- 임동윤의 <따뜻한 바깥>인용
임동균시인의 <따뜻한 바깥>을 읽고 할말을 잃었었다
뭔가 머릿속에서는 연관이 지어지는데 딱히 뭐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냥 평범하게 받아드리자면 '깊은산속 옹달샘'같은 이야기인데
내 머릿속에서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새벽산책을 나갔다가 대단한걸 보고 말았다
토성에 있는 늙은 상수리나무 밑둥치 구멍에 뭔가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토끼였다.
토끼는 내가 보는것도 아랑곳없이 그 구멍을 들락거리며 삶의 희열을 느끼는듯했다
그래, 저 나무는 늙어서야 저런 영광도 맛보는구나.
참 따뜻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