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Art수첩

이 한 장의 사진 / Josef Koudelka - Invasion 68 Prague

Chris Yoon 2021. 12. 3. 03:31

CZECHOSLOVAKIA. Prague. August 1968. Warsaw Pact troops invade Prague. In front of the Radio Headquarters

요세프 코우델카 Josef Koudelka, 1968년 소련의 프라하 침공. 라디오 방송국 앞에서. Prague. August 1968.

 

 

 

Invasion 1968 Prague

 

 

 

 

 

한 장의 사진을 보며 나는 가슴이 얼어 붙는듯 섰다

숨도 제대로 못 내어 쉬며 눈도 깜박일 수 없는데 심장만은 강하게 소리를 내며 뛰고있다

1900년대의 체코 풍경.

건물은 양옆으로 늘어서있고 그 앞에는 몇 명의 사람들이 서거나 앉아있으며 검게 늘어선 가로수가 인도와 차도를 구분해내고 있다.

시간을 확인하니 지금은 막 정오를 지난 때. 북적거려야 할 시간인데도 거리는 텅 비어있다.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와 한 방향으로 합쳐져 뻗어가는 전차의 레일 때문인지 시계는 어떤 의미 있는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으로도 보인다.

텅 빈 거리를 내려다보며 시간을 확인하고 있는 이 사람은 어디로 가고 싶었던 것일까.

 

1968년 체코, ‘프라하의 봄’이라고 불리는 혁명이 실패로 끝났다.

사진 속의 그는 그 시공간을 마주하고 있다.

굳게 입을 닫은 거리처럼 꽉 다문 그의 손에는 높이 뜬 정오의 태양빛을 받아 선명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힘줄로 인해 생긴 피부의 높고 낮음이 확연히 드러났다.

실패한 혁명을 마주한 답답함, 아쉬움. 그리고 저항심. 비록 그의 표정이나 다른 몸짓이 보이지는 않지만 그 꽉 쥔 손이 그의 심정을 말하고 있다.

멀어질수록 초점이 흐려지는 프라하의 거리는 마치 체코의 흐린 미래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흩어진 퍼즐 조각이 하나의 그림을 완성하듯, 이리저리 뻗어있던 운명의 레일은 흐린 미래로 모여들고 있었고 그의 팔은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이 프라하의 미래를 수직으로 가로지르고 있다. 하지만 그의 시계는 여전히 초점이 흐린 거리의 끝을 가리키고 있었다.

 

실제로 과거의 일이기는 하지만, 1968년의 흑백 사진은 이제는 컬러 사진에 익숙한 나에게 체코가 아득한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게 한다. 거기에 더해 비교적 높은 곳에서 거리를 내려다보는 비일상적인 시점은 마치 그의 머릿속으로 들어가 그가 생각하는 프라하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깊은 피사계의 심도로 넓은 시야를 가진 이 장면에 그가 겪어왔던 체코의 모습과 그가 상상한 미래의 체코의 모습을 모두 그려낸 것 같다.

사람 몇 명이 이야기하며 서있는 좌측 거리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철골 구조물이 있는 텅 빈 거리에 짙은 가로수의 그림자만이 가득한 우측 거리는 마치 체코의 과거와 미래를 보여주는 듯이 대조적으로 보여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시계를 찬 그의 팔은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고 있다.

 

프라하의 거리를 배경으로 하여 시계를 찬 팔만 보이게 사진의 프레임을 의도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우리는 미지의 ‘그’를 상상할 수 있다.

‘그’가 있기 때문에 단순히 풍경 사진의 의미만을 지녔을 수 있을 사진에서 ‘프라하의 봄’에 느꼈을 체코 사람들의 감정을 같이 느낄 수 있다.

또 사진 기술적 요소와 ‘그’의 존재가 결합하면서 현실을 그대로 찍은 사진임에도 마치 ‘그’의 머릿속에서 빛이 아닌 상상으로 상을 맺은 듯이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느낌을 느낄 수도 있다.

이 사진 한 장으로 작가는 1968년 프라하 거리를 ‘재현’하면서 체코 사람들의 감정까지 ‘표현’할 수 있었다.

 

 

 

나는 몇 해전, 프라하를 여행하던중 Josef Koudelka의 사진전을 본 일이있다

그때, 이 한 장의 사진앞에 서서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사람을 감동시키고 마음을 움직여 거리로 내모는건 무기가 아니다

메시지가 강한 단 한 장의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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