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아침
크리스마스 아침
크리스마스 이브의 왁자지껄하던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는 거리에
한 사내가 쓰러져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여느 사람이 아니고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인듯한데
쓰러져서 갸날프게 날개깃을 바르르 떠는것을 보니 심하게 다쳤나봅니다
천사...그는 하늘에서 지구를 내려다 보다 산책하러 내려온 천사였습니다
그는 산책을하다 지구에서 한 여성을 만났고 그 여성과 살다가 아이까지 낳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하늘로 다시 올라 가려해도 못 갑니다
그는 그동안 닥치는대로 살았습니다
아이의 우유값을 벌기위해,
아내와의 한 달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달이 아파트의 관리비를 지불하기 위해,
그리고 지난달에는 혹시나 가족들과 함께 하늘나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하여
하늘나라가 가장 가깝게 보인다는 제일 높은 히말라야봉으로 올라가
까치발을 들고 하늘을 올려다 본다는 것이
발을 헛디뎌 깊은 계곡으로 굴러 떨어져 허리까지 다쳤습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와 허리치료를 하며 병원비까지 벌어야 합니다
그는 재주가 많지만 세상에선 그의 재주를 높이 사 주지를 않습니다
그래서 서슴없이 거리로 나와 헤메며 행상이며 주유소에서 기름 넣기, 퀵 배달 등
닥치는대로 일을 했습니다.
어제, 크리스 마스 이브그가 피자배달을 하려고
잠실 네거리를 건너기 위해 푸른 신호등을 기다리다가
신호등이 켜지는 것을 보고 오토바이를 몰았는데
꼬리를 물고오던 자동차 한 대가 그의 오토바이를 들이 받았습니다
부서진 오토바이와 그는 네거리 한 켠으로 밀려났고
사람들은 관심도 없다는듯 그를 밟고 지나갔고
그는 병원에도 못 가고어느 높은 빌딩아래 구석진 곳에서
갸날프게 날개를 떨며 체온이 식어가고 있습니다
누가 알까요? 그가 천사였다는 사실을.
그리고 누가 그를 죽게 했을까요?
차가운 현실과 사람들의 무관심이었습니다.
아직 크리스마스 이브의 열기가 식지 않고 거리 곳곳에선 캐롤이 들려옵니다
우리의 천사는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죽어 가는데.
글 / 윤필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