孤兒 - 윤필립
孤兒 윤필립
삼십 칠년전
의정부 시외버스 터미널
5살의 작은 소년이 한쪽 구석에 서있었다
어둠 침침한 대합실에서 바라보던 바깥풍경은
무척이나 낯설고 두려웠다
소년의 손에는 먹다만 호떡봉투가 들려있었고
소년은 해가 질때까지 그곳에 서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소년에게
"표 끊어 올테니 여기서 잠깐 기다려라."
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오지 않았다
어머니를 기다리는 동안
소년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좋아하던 호떡도 먹지 않고
신문지로 접은 봉투가 땀에 젖도록 어머니만 기다렸다
소년은 그렇게 하루종일 서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그곳에서 발을 내 딛어 바깥으로 나왔을때,
세상은 변해 있었다
소년은 자랐고 고아들이 있는 소년의 집 아이들 틈에 섞여 있었다
일년동안 소년은 말문을 열지 않고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았다
한달에 일주일 정도는 고열에 시달렸고
공허한 눈빛에 식사도 거의 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런 소년이 뭔가 원인을 알수없는 열병이 있고
뇌에 이상이 생겼다고 생각했으며 자폐증까지 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일년이 지난후 소년은 무척 활발하게 변했고
운동이나 성적도 누구보다 뛰어나게 성장을 했다
소년이 8살이 되던 해,
그동안 소년을 유심히 보아온
선교사가 소년을 양자로 삼아 미국으로 떠나게 되었다
그러나 소년의 기억에서 떠나지않는 일년
그 일년은 소년의 기억속에 너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터미날 한쪽 구석에서
가만히 서있으라던 어머니의 말
그리고 그대로 믿고 기다렸던 하루
소년은 그곳에서 봄을보내고 여름을 보냈으며
가을의 하늘을 바라보며 겨울을 맞이했었다
그러다 다시 봄이 온것이다.
다시 같은 계절이 되고 같은 바람이 불어오자
소년은 어머니가 오지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만 기다리자
그가 대학생이 되었을때
선교사는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무척 슬퍼했으며
학교를 휴학하고 한국으로 여행을 나왔다
어느날
자신이 어릴적에 버려진 버스터미널에
가보고 싶었다
터미널의 모습은 많이 변해 있었지만
그는 그곳에서 어떤 시선들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린시절 어머니를 기다리던 작은소년
그 소년을 바라보던 뭇시선들
또한 소년이 사라진 후에도 그곳을 바라보던 시선
그는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어머니, 이제는 다 용서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