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自作 詩

詩 - 윤필립

Chris Yoon 2021. 11. 30. 14:51



윤필립


시를 쓴다

가을날같이 허무한 시를 쓴다

등산을 가려고 전철을 탓는데 갑자기 시상이 떠올랐다

시상이 사라지기 전에 대합실 구석 벤치에 앉아

휴대폰에 점을 찍듯 글씨를 새긴다

문득 섬광처럼 번뜩이는 언어들

오늘도 살아있음을 기록한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다. 시가 날 찾아온 것은.

난 모른다, 어디서 왔는지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아니, 목소리는 아니었다,
말도, 침묵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거리에서인가 날 부르고 있었다.
밤의 가지들로부터,
느닷없이 타인들 틈에서,
격렬한 불길 속에서,
혹은 내가 홀로 돌아올 때
얼굴도 없이 있는 나를,
거기에 지키고 서있다가 건드리곤 했다.

난 뭐라고 말해야 할 지를 몰랐다.
내 입은 이름들을 도무지 대지 못했고,
두 눈은 멀어버렸다.
그리고 무언가 내 영혼 속에서 꿈틀거렸다.
열병 혹은 잃어버린 날개들이.
그 불에 탄 상처를 해독하며,
난 고독해져 갔다.
그리고 막연하게 첫 행을 썼다.
형체도 없이, 어렴풋한, 순전한 헛소리,
쥐뿔도 모르는 자의 순량한 지혜.
그때 나는 문득 보았다.
느슨하게 열린 하늘을,
혹성들을,
고동치는 농장들을,
화살과 불과 꽃에
만신창이가 된
구멍뚫린 그림자를,
소용돌이치는 밤을, 우주를 보았다.

그리고 나, 티끌만한 존재는,
신비를 닮은,
신비의 형상을 한,
별이 가득 뿌려진
거대한 허공에 취해
내 자신이 심연의
순수한 일부임을 느꼈다.
나는 별들과 함께 떠돌았고,
내 가슴은 열린 하늘속에서 마음껏 자유로웠다.

 

Pablo Neruda) 칠레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