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自作 詩

사막 - 윤필립

Chris Yoon 2021. 11. 30. 14:49

 

 

 

한때 이곳도 바다였다는 사실을 아는가

거친 바람에 풀 한 포기 살 수 없는 사막이

바다 밑바닥이었다는 사실을

 

사막처럼 황폐화된 남자의 슬픔을 아는가

그는 이제 마른 꽃같이 향기만 미세하게 남았다

그 남자에게도 예전에는 향기가 있었다

구리빛 피부에 금방 황토흙에 소나기 내린 냄새를 풍기며

性的쾌감, 여자를 절정에 올려놓는 재주가 있었다

이제 그는 책갈피에 끼워져 말라버린

이름만 남은 압화(壓花)가 되었다

 

사막,...

남자,...

남자가 나이가 들면 왜 낙타처럼 사막으로 가기를 원하는가

그곳으로 가서 前生에서 갖고놀던 조개껍질을 줏고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며 왜 죽음으로 다시 돌아가려 하는가

차라리 누군가 부숴트려다오

바스락거리는 마른 꽃잎을 두손으로 부벼 바람부는 사막에 날려다오

 

 

 

David Wahler - Love L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