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自作 詩

반추(反芻)

Chris Yoon 2021. 11. 16. 05:27

 

 

 

 

반추(反芻)              윤필립

 

 

아파트 마당위에 벚꽃잎이
분분히 날리던 이른 봄 부터

초록잎이 자라 신록이 우거질때까지
나는 시름시름 마음의 病을 앓았다
지루한 장마 끝에
육신의 이 곳 저 곳에서
곰팡이 냄새가 피어올랐다

나이가 들수록
유수(流水)처럼 빠른 歲月
새벽녘의 야윈 초승달에
나무 그림자의 외로움도 나누지 못하고
가을단풍은 지쳐 서걱거렸다
세월과 상관없이
바람과 강물은 늘 自由롭다

봄 햇살 처럼 따스한 겨울
한 해의 크고 작은 破片들이
기억속에서 마음으로 痛症이 크다

추운겨울에도 여유롭게 흔들리는 푸른 대숲,
저녁산책에 들리는 올림픽공원의 나무계단옆

빨간 홍시알에 부리를 놀리는 까치들,
산자락에 걸린 자색 구름,
입가에 번지는 조용한 微笑...
이렇듯 한 해는 속절없이 가고말았다

 

 

 

사진설명 / 이제 나는 또 한해의 끝자락에 서있다.

어지럽도록 정리가 되지않고, 지루했고, 아쉬움 또한 많았던 한 해였다.

산다는것이 늘 그렇듯 불확실한 미래가 눈 뜨는 아침마다 나를 얼마나 힘들게 했던가?...

 

그럴적마다 카메라를 들고 올림픽공원으로 스켓취를 다녔다.

윗 사진은 지난 봄, 마지막 눈이 내린날 촬영한 공원의 雪景. 마치 반추(反芻)하듯 自畵象이라는 제목의 어느 해외작가의 작품이다. 굵은 철사를 휘여서 산소용접을 하여 만든 조각인데 평소에는 잘 보이지않다가 눈이 내리니 흰 눈을 캔바스 삼아 디테일한 線이 놀랍게 아름답다.

윗 글에 쓰인 대나무숲, 나무계단, 그옆의 감나무, 빠알간 홍시에 부리를 놀리는 까치들,...은그 속에서 내가 살아가는 원동력들이었다.

또한 조각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숨통을 트여주었나?

그것들이 가까이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한 해를 지탱해 왔을까?...

 

 

 

반추(反芻)

 

1. 한번 삼킨 먹이를 다시 게워 내어 씹음. 또는 그런 일. 소나 염소 따위와 같이 소화가 힘든 섬유소가 많이 들어 있는 식물을 먹는 포유류에서 볼 수 있다. 되새김ㆍ새김질

 

2. 어떤 일을 되풀이하여 음미하거나 생각함. 또는 그런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