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겨울 노래 - 마종기

Chris Yoon 2021. 10. 12. 07:55

2014. 2. 21.

 

 

겨울 노래            마종기


눈이 오다 그치는 나이

그 겨울 저녁에 노래 부른다

텅 빈 객석에서 눈을 돌리면

오래 전부터 헐벗은 나무가 보이고

그 나무 아직 웃고 있는 것도 보인다

노래는 어디서고 끝이 나겠지

끝나는 곳에는 언제나 평화가 있었으니까
짧은 하루가 문 닫을 준비를 한다

아직도 떨고 있는 눈물의 몸이잠들어라

혼자 떠나는 추운 영혼

멀리 숨어 살아야 길고 진한 꿈을 가진다

그 꿈의 끝막이 빈 벌판을 헤매는 밤이면

우리가 세상의 어느 애인을 찾아내지 못하랴

어렵고 두려운 가난인들 참아내지 못하랴



겨울은 우리를 침묵의 세계로 유인하여
차가운 정적 속에서 내면의 궁핍한 삶을 되새기게 하지만
그 반성적인 위로와 탄식 가운데
단순함에서 나오는 담백한 詩情을 느끼게도 한다.
회색빛 겨울 풍경 사이,
외적인 지탱에 붕괴의 위험이 닥치면
인간의 눈길을 바깥에서 자기 자신에게로 옮겨진다

어떤 세월도 마음은 지고 가는 빚일진대
자신의 경계 밖에 존재하는 것들과 단순히 연결을
갖는다고 해서 의미를 얻는 게 아닌 것처럼
빛바랜 흑백사진 같은 기억들이
묵묵히 살아가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마르셀 푸로스트"적인 반추일 수도 있고
때로는 찬란한 슬픔일 수도 있다.


- 수메르님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