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애송詩
고등어 자반 - 오영록
Chris Yoon
2021. 11. 14. 04:58
고등어 자반 오영록
좌판에 진열된 간 고등어
큰놈이 작은놈을 지그시 껴안고 있다
넓은 바다를 헤엄치던 수많은 인연 중에
전생이 부부였던지 죽어서도 한 몸이다
부부로 함께 산다는 것이
고행임을 저들은 알고 있는지
겹으로 포개진 팔 지느러미로
고생했다고, 미안하다고
가슴을 보듬고 있다.
죽어 이제야 온전히 이룬 부부의 연을
묵묵히 받아내는 모습이다.
눈동자엔 푸른 파도가 출렁였지만
배를 열어보니
아내처럼 텅 비어있다.
마지막까지 온전히 보시해야
열반에 드는 것인지
소금사리 와스스 쏟아진다
부부는 전생에 원수였던 사이가 만난다고 했던가?
수십년을 살아온 이제는 서로 싫증이 난다
곱게 할 말도 짜증을 섞어 내밷게 된다.
왜 그럴까?... 아들아이가 묻는다
나는 대답한다.
"너도 한번 살아봐라. 처음엔 실수도 곱게 감싸안아 주지만
수십년동안 같은 실수를 하면 짜증이 나는지, 안나는지...
같은 말 세번을 해도 실수하면 그건 실수가 아니라 무관심이고 고집이야."
집안 어른 문상을 갔다가 고인의 방 한 구석에 홀연히 앉아있는 마나님을 보았다
아무 감정도 없는듯 문상객의 인사를 받으며 미동조차 없는.
얼마나 함께 살아내면 저 경지에 도달할까?...
부부도 젊어 한때 부부이지 오래 살아 늙어지면 헌 괘짝같다는 말이 맞나보다
- 먼저 가시요. 당신 보내고 나도 곧 뒤따라 가리라.
이런 말이 언제쯤 나올 수 있을까?...
부부란 마치 간고등어 한 손같은 것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