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투숙객 - 최금진
이상한 투숙객 최금진
그는 팬티 차림으로 앉아 막잔을 비운다
집 나온 지도 석달, 이젠 남은 건
포르노 테이프와 차갑게 식은 야식집 전화번호
그러나 잠들기 위해선 아직도 더 깨어 있어야 한다
피부병처럼 가렵다가 점점 아파 오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따위조차
생각 속의 성욕만큼이나 대수롭지 않다
창문을 열고 내다보면 北國에서 흘러온
역마살의 진눈깨비들, 온몸으로 길을 실어
바닥에 쏟아붓는 것으로 일생의 혐의를 끝낸다
너도 가벼워지고 싶었구나
그는 손을 뻗어 유리창에 글씨를 쓴다
그러나 이 마지막 담배를 다 태우는 동안은
아무것도 반성하고 싶지 않다
러닝셔츠와 팬티를 훌훌 벗어 놓으면
그는 유리창에 얼굴을 댄다
누군가 주차장에 세워놓은 눈사람을 내려다보며
그도 어디론가 걸어가고 싶다
핏덩이인 진눈깨비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골목
그 후미진 끝에서
어떤 의도도 없이 내려지는 결론의
깨끗한 폐막식을 보고 싶다
내일은
지상에서 가장 먼 곳, 마음의 極地에 이를 것이다
일본 아소산은 화산이 폭발할 때 영향이 대단한 '파국 화산'이라고 불리는데
세계적으로도 큰 규모로 속하는 화산지대이다,
아소산이 폭발했을 때에는 상공 1km까지 치솟아 우주에서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폭발 이후 등정이 금지되었지만, 지금은 일부분 개방하고 있다.
항시 아소산 관련된 홈페이지에서 현지 상황을 비교해가며 아소산을 가는 것이 좋다.
유황가스가 한계선을 넘을 경우 입산이 금지되기 때문에 어렵게 아소산을 갔다가
발걸음을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해에도 아소산에 올랐었는데 운좋게 구경을 하고 내려왔었다
그런데 내가 다녀온 이후, 아소산이 또 다시 작은 폭발을 했다한다.
그리고 이번에도 아소산을 다녀오고 싶어서 산아래 까지는 왔는데
허리부상이 완쾌되질않아 오르질 못하고 아소산 주차장 찻집에 앉아
하얗게 뿜어져 오르는 유황가스만 바라보며 앉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