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 Yoon 2021. 11. 13. 06:36

 

 

천 년 전 겨울에도 오늘처럼 문 열고 있었다
문 밖 짧은 해거름에 주저앉아 햇빛
제대로 이겨내지 못하는 북향,
쓸쓸한 그 바람소리 듣고 있었다

어떤 누구와도 정면으로 마주보고 싶지 않을 때
문득 고개 들어 바라보는 창
나뭇잎 다 떨어진 그 소리 듣고 있었다

세상 모든 추운 것들이 추운 것들끼리 서로 모여
내 핏속 추운 것들에게로 다가와
똑 똑 똑
생의 뒷면으로 가는 문
두드리는 소리 듣고 있었다

마치 먼 길 혼자 달려온 천 년 전 겨울
천천히 가슴으로 녹이는 것처럼
내 몸 안의 겨울 이야기들이
소리 없이 내리는 함박눈에 실려
누군가의 기억 속으로 기억 속으로
스며드는 소리 듣고 있었다

천 년 전 겨울에도 오늘처럼



- 김상미의 <겨울 이야기>

 

 

 

 

밤 새 바람이 왜 그리도 불던지,

바람은 쓰시마해협으로부터 불어오면서 목 쉰 소리를 남기며

내가 묵고있는 바닷가 숙소를 떠나지 않고 밤 새 머무르고 있는가 보다

무섭다... 저 바람의 소리가.

나는 하얀 시트속으로 기어들어가 얼굴을 묻고 아침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니까 겨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