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의 여행자의 詩

Moulin Rouge - 뻐찌모텔 벽난로 위 빨간 풍차

Chris Yoon 2021. 11. 13. 05:51

Moulin Rouge

 

 

 

 

뻐찌모텔 벽난로 위 빨간 풍차         김영찬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사람들을 위해

 

 

 

 

뻐찌를 먹을래요, 오디를

올망졸망 진대 맞대 뻐찌의 축제일에

빨간 풍차

뽕잎 따러 5월로 향할까요?

치마폭에 오돌 도톨 오디는 차랑차랑, 뻐찌가

잉크 풀어놓고

 

—시바의 여왕(女王)은 성장차림으로 창밖을 지나간다

 

 

 

오디를 먹을래요, 뻐찌를?

휘둥그런 태양의 저쪽은 사냥꾼이 사라진 길

뻐찌모텔로 가는 샛길을 따라 베를리오즈가 흐르고

언제쯤 언제 우리는 오돌토돌

친구였다가

뜻밖에 애인이 되나요

 

뻐찌도 오디도 무인도처럼 시무룩하게 외롭고

먼발치에 어린 사슴이 포수에게 쫓긴 듯

서쪽으로 날아간 오목눈이 새는

멀고 먼 슈바빙의 방갈로에 홰를 치러

뮌헨 행 차표를 끊나요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사람들만 창밖에 서있다

 

 

 

뻐찌를 먹을래요, 오디를?

끝없이 부풀어 오른 환상의 솜사탕이 혀를 달궈

뚜껑 날아간 지붕에 바람개비 돌고

언제쯤 우리는 오늘의 운세 타로점괘에 따라

오디왕국의 뻐찌모텔 스위트(suite)룸 벽난로에

풍차가 돌아가는 사진을 걸죠?

 

—《미네르바》2012년 겨울호

 

 

----------------

김영찬 / 충남 연기 출생. 한국외국어대학 프랑스어과 졸업.

2002년 《문학마당》, 2003년 《정신과 표현》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

시집 『불멸을 힐끗 쳐다보다』『투투섬에 안 간 이유』.

 

 

 

 

 

Moulin Rouge

 

물랭 루주 (빨간 풍차)는 1889년에 만들어진 파리 몽마르트르에 있는 카바레이다.

‘빨간 풍차’라는 뜻의 이름은 건물 옥상에 있는 빨간풍차 장식 때문에 붙여졌다.

당시에는 가난한 예술가와 대낮부터 거나하게 술에취해 흥에 겨운 무리들,

땀이 범벅되어 춤을 추는 댄서들, 그리고 원 나잇걸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창녀들로 붐비는 우범지대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의 물랭 루주는 프랑스 근대 유흥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나는 몽마르뜨르에서 저녁이 오기를 기다려 내려오는 길에 물랭 루주엘 들렸다.

지금은 많은 관광객들로 꽉 차서 예약을 해야 입장할 수 있다